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서 집을 렌트하는 것이 사는 것보다 매달 2000달러 이상 저렴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LA타임스는 19일(수)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Realtor.com)의 최신 추정치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LA·롱비치·애너하임 광역권에서 소형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같은 조건으로 임차할 때보다 평균 월 2000달러 이상을 더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준 침실 2개 이하 주택의 경우, LA 지역 구매 비용은 월 평균 4836달러였던 반면 같은 규모 주택의 임대료는 월 2787달러로, 두 비용 간 격차가 2049달러에 달했다. 이는 리얼터닷컴이 집계하는 미국 내 50대 대도시권 가운데 가장 큰 격차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미국 전체 평균 격차는 858달러, 뉴욕은 1823달러였다. LA의 '전세 대비 매매' 격차가 이들 도시보다 훨씬 크다는 의미다.
리얼터닷컴의 시아이 쉬(Jiayi Xu)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격차를 장기적인 내집 마련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LA에서 임차인이 누리는 월 2000달러 수준의 절감분을 계약금 마련에 그대로 투입하면 오히려 더 빠르게 자가 소유로 갈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격차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리얼터닷컴 자료를 보면 임차가 매입보다 유리한 흐름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 전역에서는 36개월 연속으로 전년 대비 임대료가 하락했다. 이는 여러 대도시권에서 모기지 금리와 주택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실제로 LA에서는 콘도미니엄 가격이 냉각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매입보다 임차를 선호하는 경향을 이어가고 있다. 콘도 매입은 높은 금리와 건축 관련 비용 부담에 매수 희망자들이 발을 빼면서 최근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개발업체들은 LA와 인근 지역에서 신규 주택 공급이 제한적인 이유로 토지·인건비 상승과 건설에 결부된 각종 규제·세금·수수료를 꼽는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에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임차 우위 현상은 LA 지역 주민들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LA 카운티 내 거주 주택 중 60% 이상이 임차 형태로 점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상당수 주민은 모기지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임차를 선택한다. 하지만 매입 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절감한 돈을 소비하지 않고 투자로 돌린다면 임차가 여전히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러스크 부동산센터의 리처드 그린(Richard Green) 센터장은 많은 사람이 임대료 상승에 노출되지 않고 부동산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보려면 반드시 집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모기지라는 거대한 재정적 부담이 항상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집을 사야 할 좋은 이유는 여전히 있지만, 집을 사는 것이 임차하면서 그 돈을 인덱스펀드 같은 데 투자하는 것보다 확실히 더 나은 투자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LA에서 주택 소유가 임차, 401(k) 최대 납입, 다양한 펀드 투자보다 재정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것은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임차를 선택하면 시장 여건이 나아졌을 때 매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이 생긴다는 점도 강점으로 짚었다.
다만 이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임대료와 주택 가격 자체가 적정한 수준이라는 뜻은 아니다. LA 주택시장은 수년간 꾸준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아왔다. 그린 센터장은 임차인과 매수인 모두에게 시장 환경이 "끔찍하다"며, 개선을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저렴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거의 아무것도 짓지 않았다. 정말 수년간 그랬다. 여기서는 뭔가를 지으려면 영원히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린 센터장은 주택 비용 부담 때문에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는 인구 자체가 줄고 있다는 점이 임대료 하락을 이끄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격이 어느 지점에 이르자 사람들이 이곳으로 이주하지 않게 됐다고 본다"며 "그 결과 시장에 대한 압력이 완화됐고, 신규 건설이 없는 상황에서도 공실률이 오히려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쉬 이코노미스트는 LA 지역의 경우 적어도 소형 주택에 한해서는 임차의 상대적 우위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신호가 데이터에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는 부속주거시설(ADU) 건설을 용이하게 하는 최근 정책들이 새로운 임대 주택 공급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상황이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인공지능(AI) 붐과 관련된 대규모 투자와 신규 유입 인구가 몰리면서 임대료가 계속 치솟아, 매입과 임차 간 비용 격차가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쉬 이코노미스트는 "LA의 임차인들은 사실 북부 캘리포니아 임차인들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