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4.1%로 역사적 저점 유지...연준, 이제 인플레이션 대응에 더 집중할 듯

미국 고용시장이 8월 예상보다 훨씬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노동부는 4일 미국 경제가 8월 한 달 동안 일자리 16만2,000개를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경제학자 전망치 5만3,000개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실업률은 4.1%로 전월과 같았다.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의 실업률이 유지되면서, 미국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여전히 건강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고용률
(8월 고용률 안정. 자료화면)

이번 보고서는 초여름 고용 둔화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냈다. 특히 6월과 7월 고용 수치도 상향 조정되면서, 노동시장이 이전 발표보다 더 견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7월 고용, 감소에서 증가로 수정

노동부는 7월 고용 수치를 기존 2만3,000개 감소에서 2만1,000개 증가로 수정했다. 6월 고용 증가폭도 기존 2만 개에서 3만1,000개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여름 초반 미국 고용시장이 갑자기 식고 있다는 우려가 과장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8월 수치까지 강하게 나오면서,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우려는 일단 약해졌다.

다만 월별 고용 증가폭은 팬데믹 이전 장기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미국 경제는 과거처럼 매달 10만 개 이상 일자리를 꾸준히 만들어야만 실업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준, 고용보다 물가에 집중 가능

이번 고용보고서는 연방준비제도에 중요한 신호를 준다.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연준은 이달 회의에서 노동시장 둔화보다 인플레이션 문제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커졌다.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연준 이사는 전날 "경제활동과 노동시장이 양호한 상태라면, 그것들은 적절한 통화정책 설정을 판단하는 데 큰 요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노동시장이 크게 약하지 않다면 연준의 판단은 결국 물가 지표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노동부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 보고서는 다음 주 금요일 발표된다. 연준은 이달 말 통화정책 회의를 연다. 고용이 강하게 나온 만큼,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금리 인상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임금 상승률, 물가에는 못 미쳐

근로자 임금은 계속 오르고 있지만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

8월 평균 시간당 임금은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반면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4% 올랐다. 이는 근로자들의 명목임금은 증가했지만, 실제 구매력 측면에서는 여전히 물가 부담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가계 예산을 압박하고 있다. AAA에 따르면 8월 미국 전국 평균 일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07달러로, 7월의 3.95달러보다 올랐다. 4일에는 평균 가격이 4.15달러까지 상승했다.

고용은 강하지만, 생활비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음식점·지방교육 부문 고용 회복

8월 고용 증가는 여러 업종에 걸쳐 나타났다.

가장 두드러진 부문은 음식서비스와 주점이다. 이 부문은 8월에 일자리 5만9,000개를 추가했다. 앞선 두 달 동안 1만7,000개 일자리를 잃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반등이다.

지방정부 교육 부문도 4만2,000개의 일자리를 늘렸다. 전월 5만8,000개 감소 이후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제조업과 보건의료 부문도 일자리 증가를 기록했다. 제조업 고용 증가는 미국 경제의 실물 부문이 아직 버티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반면 정보와 금융 부문은 일자리를 줄였다. 경제학자들은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지만, 정보와 금융 부문은 AI 자동화에 가장 많이 노출된 업종으로 꼽힌다.

"새로운 정상" 된 낮은 고용 증가

미국 경제는 이제 적은 수의 일자리 증가만으로도 실업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배경에는 인구 고령화와 이민 제한이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막내가 올해 사회보장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했고, 이민 단속 강화로 노동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근로자 수는 줄었다.

그 결과 미국은 과거처럼 대규모 신규 고용을 만들 만큼 충분한 노동 공급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들은 실업률 상승을 막기 위해 필요한 월간 고용 증가폭이 약 2만 개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팬데믹 이전 25년 동안 미국의 월평균 고용 증가폭은 약 12만 개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8월의 16만2,000개 증가는 상당히 강한 수치다.

해고도 적고 채용도 적은 노동시장

미국 노동시장은 현재 "해고도 적고 채용도 적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

실업수당 신규 청구 건수는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에 가깝다. 이는 기업들이 직원을 대규모로 내보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노동부가 이번 주 발표한 다른 지표에 따르면 채용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현재 직장이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없는 시장이다. 그러나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대학 졸업자나 이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쉽지 않은 환경이다.

갤럽이 8월 실시해 이번 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4%만이 지금이 좋은 일자리를 찾기 좋은 시기라고 답했다.

고용 호조에도 물가 부담은 계속

8월 고용보고서는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를 줬다. 일자리는 예상보다 세 배 이상 많이 늘었고, 실업률은 4.1%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6월과 7월 수치도 상향 조정되면서, 여름 초반 고용 둔화 우려는 크게 완화됐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가 연준에 주는 메시지는 복합적이다. 노동시장이 강하다는 것은 경기침체 우려를 낮추지만, 동시에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미룰 이유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임금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휘발유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고용은 버티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생활비 부담은 여전히 크다.

따라서 시장의 관심은 이제 다음 주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 지표로 이동하게 됐다. 물가가 충분히 식지 않았다는 신호가 나오면, 강한 고용보고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