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예원 기자] = KB금융지주이사회가 오는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임영록 회장의 해임 여부를 논의한다. 금융당국의 바람대로 이사회가 과연 임 회장의 해임 결의라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할 지 주목된다.

Like Us on Facebook


그러나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이 강하고, 임 회장과 사외이사들의 친분이 두터워 해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B금융그룹에서 사외이사의 힘은 막강하다. 그룹 회장, 국민은행장 등의 선임이나 중요한 경영 의사결정에서 사외이사들이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그만큼 자부심과 독립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에서 그룹 경영에 관여하려고 할 때마다 이사회는 “남의 집안 일에 웬 참견이냐”는 입장으로 거부해왔다.

지난회 임회장 선임 때도 정부에서는 정권 창출에 기여한 모 후보를 KB금융의 회장으로 원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사외이사들은 임 회장을 선택했다. 임 회장이 밉보인 게 이 때부터라는 얘기도 있다.

더구나 9명의 사외이사 중 3명만 올해 사외이사가 됐을 뿐, 나머지 6명은 임 회장이 2011년 KB금융지주 사장이 된 후 오랜 기간 임 회장과 호홉을 맞춰 온 사람들이다.
이사회가 17일 임 회장 편을 들면 금융위원회로부터 3개월의 직무정지를 당했지만, 사퇴를 거부했기 때문에 3개월 후에 회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

반면 대형 금융회사가 정부의 뜻을 꺾기는 힘들다며 결국 ‘백기’ 를 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금융당국이 검찰 고발, 감독관 파견, 내부통제 정밀진단 등 전방위로 KB금융그룹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13일 이경재 이사회 의장을 만나 KB경영정상화를 위해 이사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고, 이 의장은 신 위원장의 요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또 당국은 임 회장의 직무정지 후 은행 등 전 계열사에 감독관을 2~3명씩 보내기로 했다. KB금융그룹 내부에서 임 회장의 조력자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나아가 주 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위법·부당한 행위를 저지른 핵심 관련자를 15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CEO리스크를 중심으로 KB금융그룹 전반의 내부통제에 대한 정밀 진단을 계획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압박하는데 오너가 운영하는 재벌기업도 아닌 KB금융지주가 이에 맞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 금융회사로서 당국의 협조를 얻지 않으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렵다는 현실론에 기반한 관측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김정태 전 행장, 황영기 전 회장, 강정원 전 행장 등 KB의 역대 수장 중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사람 중 물러나지 않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느냐” 며 "이사회도 결국 현실을 인정하고 임 회장의 사퇴를 의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서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섣부른 전망을 내놓기 힘들다는 뜻이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임 회장과 사외이사 9명 등 10명으로 이뤄져 있으며, 임 회장의 대표이사 회장직 해임을 위해서는 이사진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 금융권 인사는 “현실적으로 임 회장을 내쫓을 방법은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수밖에 없다"며 "KB 사태의 향방은 이사회가 어떠한 길을 가느냐가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이 금융당국의 뜻과 일치하는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는 미지수이고, 검찰 수사 후 재판 과정을 거쳐야 해 상당히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이사회 이경재 의장은 “그날 논의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사외이사들의 생각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떤 결정이 내려질 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