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2일 오후 회의를 열어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은행장과 내부 갈등을 빚은 임영록 KB금 융지주 회장에 대해 금융감독원장이 건의한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상향된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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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으로 임 회장은 이날 오후 6시부터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임 회장은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며 반발했다. KB금융 사태는 이제 내부 알력에서 임 회장과 금융당국 간의 대결로 변모했다.
사태 전개에 따라 임 회장이든, 당국이든 더 큰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경영 공백으로 흔들리는 KB금 융이 골병이 들 가능성도 더 커졌다. 이번 사태는 이래저래 한국 금융의 후진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우선 감독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났다.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다시 중징계로 오락가락 한 뒤 금융위가 더 강한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권위실추를 자초했다.
또 개인이 강력히 저항하면 제재할 수단도 마땅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여기에다 금융회사 안위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중시하는 낙하산 인사들의 이전투구로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회사가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장면을 목격해야 했다.
이 난맥상을 바로잡지 못하면 한국 금융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 금융사태는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표면화했지만, 본질적으로는 관치금융이 그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회장과 은행장이 사사건건 충돌하고 그 장단에 금융당국도 춤을 췄다. 내부 통제 체계가 무너지고 순익이 급감하는 등 경영은 엉망이 됐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이건호 전 행장은 그나마 막판 자진사퇴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임영록 회장은 가장 책임이 큰 자리에 있었음에도 집요하게 책임을 회피했다.
임 회장은 2010년 8월 어윤대 회장 시절 KB금융지주 사장이 됐고, 2014년 7월 회장에 올랐다.
그가 최고경영자로 있던 이 시기에 KB금융에서는 좀처럼 일어나기 어려운 대형 금융사고가 연속해 일어났다. 그런데도 임 회장은 시종일관 책임을 부인했다. 주로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주장인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는 임 회장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다. 소송에서 임 회장이 승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진은 권력 다툼에 여념이 없고, 일선 직원들은 대형 금융사고를 일으키는 사이에 순익은 추락하는 금융회사를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금융당국과 대결하는 금융회사가 잘되기도 쉽지 않다.
금융감독 시스템도 한계를 드러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 소비자 보호에 초점이 있어야 할 감독의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손보기' 수단으로 변질해 신뢰의 추락을 불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 사람을 망신주고 쫓아내는 수단으로 검사와 제재 권한을 남용한 것이 이런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번 KB금융 사태에서는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을 금감원장의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가 경징계로 뒤집고, 이를 다시 금감원장이 번복하고 최종적으로 금융위가 징계를 상향하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이래서는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개인에 대해 제재를 최소화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두도록 감독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옳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치금융으로 표류하는 KB금융을 제자리로 돌려 놓는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은 물론 KB금융지주 이사회, 국민은행 이사회 등은 이제 모든 힘을 KB금융그룹 정상화에 모아야 한다. 신속하고 공정하게 행동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더 이상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임영록 회장도 억울한 점이 있겠지만 KB금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KB금융을 살리는 방향으로 향후 행보를 결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