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예원 기자] = 15일 열린 KB금융지주 이사회 긴급 간담회에서 다수의 이사는 “KB금융의 조직 안정을 위해 임 회장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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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사실상 자진 사퇴를 권고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자진 사퇴를 권고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비슷한 얘기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이사회마저 임 회장 사퇴의 불가피함을 내비친 것이다.

임 회장과 관계가 돈독한 사외이사들이 현실론으로 돌아선 데는 KB를 향해 사방에서 조여오는 압박이 너무 크다고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B금융그룹 전 계열사에 금융감독원 감독관 파견, 임 회장 등 주 전산기 교체 관련 임원 4명 검찰 고발, LIG손해보험 인수 무산 거론 등 그룹의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KB에 대한 당국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더구나 카드정보 유출 사건을 조사한다는 명분으로 당국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국민카드 등 3곳에 12명의 검사역을 투입하면서 지난 2009년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은 임 회장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국이 말하는 ‘범법 행위'는 말이 안 된다는 얘기였다.

A사외이사는 “국민은행의 주 전산기 교체는 임 회장이 우리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사안이었다" 며 "그 과정에서 불공정하거나 부당한 결정이 없었다는 것은 누구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B사외이사는 "당국에서 범법자로 몰아가니 임 회장도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내가 임 회장이라고 하더라도 명예회복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는 것이 사외이사들의 판단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임 회장이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는 얘기다.

B사외이사는 "임 회장의 억울함은 이해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에 맞서 싸울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규제업종인 금융업에서 당국에 밉보였다는 정상적인 경영이 힘들다는 것은 임 회장도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C사외이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B가 안정을 되찾고 경영 정상화가 되는 것"이라며 "지금 현실적으로 가능한 유일한 길이 임 회장의 결단으로 보여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표현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에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는 임 회장의 발언으로 미뤄 끝까지 사퇴를 거부할 가능성보다 이사회가 ‘해임 의결'이라는 최후 수단을 쓸 수 있어 임 회장이 결국 사퇴를 택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