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올 상반기 극심한 경기부진으로 설비투자는 소폭 줄이는 대신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는 돈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액은 38조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1천억원가량(-0.3%) 줄었지만 R&D 투자액은 16조2천억원으로 1조1천억원(7.3%) 늘었다.


3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금융사를 제외한 167개 상장사의 올 상반기 유·무형자산 및 R&D 투자액은 총 56조3천1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9천200억원(1.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 규모로는 설비투자액(유형자산 취득)이 38조900억원(67.6)로 3분의 2를 차지했지만, 작년 동기의 38조1천900억원과 비교하면 1천억원 감소했다.

반면 R&D투자액은 16조1천800억원으로 1조1천억원 늘었고 비중도 27.2%에서 28.7%로 높아졌다. 나머지 2조원은 지적재산 등 무형자산 증가분이다.

투자액은 연결기준으로 사업결합 등 외적 요인으로 인한 투자는 집계에서 제외했다.

30대 그룹 중 상반기 투자액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그룹이었다. 삼성은 설비에 11조2천500억원, R&D에 8조5천억원 등 총 20조200억원을 투자했다. 설비와 R&D 모두 작전년 대비 8.9%, 6% 증가했다.

이어 LG가 올 상반기 8조8천900억원을 투자하며 2위에 올랐지만 전년 9조2천900억원에 비해선 4.3% 감소했다. 설비 투자는 8.1% 줄였으나 R&D투자는 3조2천600억원으로 1천억원(3.2%) 늘렸다.

SK 는 상반기 투자액이 7조6천3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증가분은 2조6천억원으로 30대 그룹 중 가장 컸다. 투자액 증가율도 51%에 달했다. 투자액의 대부분은 설비투자로 작년보다 2조900억원 가량 늘어난 6조300억원 규모였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신제품 생산 장비를 교체하고 경기도 이천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며 1조5천억원 가량 설비 투자를 늘렸다. SK는 R&D투자도 8천800억원에서 1조원으로 12.9% 늘렸다.

현대차그룹은 상반기에 4조5천500억원을 투자해 4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상반기 5조5천억원에 비해선 17.3%가 줄었는데 이는 현대제철의 3고로 공사가 완료되는 등 그룹내 굵직한 투자가 지난해 일단락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설비투자를 줄인 대신 R&D투자는 작년보다 12.3% 늘린 1조7천300억원을 집행했다.

이들 4대 그룹의 투자액은 41조900억원으로 30대 그룹 전체 투자액의 73.0%를 차지했다.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9.7%에서 3.3%포인트 높아졌다.

4대 그룹을 제외할 경우 투자액은 15조2천3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에 비해 9.3% 줄어든다.

포스코가 2조6천300억원 투자로 그다음이었고 KT 1조9천억원, 한진 1조4천200억원, 롯데 1조2천600억원, 현대중공업 9천300억원, 신세계 7천700억원 순이었다.

개별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의 투자액이 18조900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는 삼성그룹 전체 투자액의 90.4%, 30대 그룹 전체 투자의 32.3%에 이르는 규모다.

이어 SK하이닉스 3조7천억원, LG전자 2조8천600억원, LG디스플레이 2조6천500억원, 포스코 2조4천700억원, 현대차 1조8천900억원, KT 1조8천400억원, SK이노베이션 1조4천500억원, 대한항공 1조3천800억원, LG화학 1조3천억원 순이었다.

30대 그룹 중 작년에 비해 투자액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SK(2조6천억원)였고, 삼성 1조2천500억원, OCI 2천770억원, 현대중공업 2천660억원, 금호아시아나 2천320억원, 현대 1천740억원, 신세계 1천700억원 등이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