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예원 기자] = 파이낸셜타임스(FT)가 투자자들이 과거와달리 등급보다 수익률을 더 중시한다고 보도했다.
실제 투자자들은 3년전 미 국채가 ‘트리플A’ 에서 하향조정되어 혼란에 빠졌던 것과 달리, 올해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이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흔들림이 없다. 또 기업들은 마침 찾아온 초저금리로 이율에 굶주린 투자자들을 이용해, 대규모 채권시장을 여는 등 기록적인 액수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FT는 사채발행에 크게 의존하는 자금조달은 주주에게 현금을 환원하거나 기초자금으로 쓰기 위한 것으로, 많은 기업의 레버리지(자금 조달로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 수준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동시에 투자자들은 더 높은 이율을 노리고, 기업의 취약한 재무제표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금리가 올라 디폴트가 일어날 경우이다. 이 신문은 이 경우, 투자자들은 기업 신용을 구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UBS의 롭 스몰리는 “혹시 모든 기업의 등급이 1개 혹은 두서너개 정도로 오르내린다면, 이는 기업으로서 내재하는 리스크가 비슷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며 “그러나 알다시피 , 만약 기업이 다른 비지니스 모델이나 서로 다른 레버리지를 갖는다고 하면 리스크가 같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계점이 한번 바뀌면 더 큰 격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2008년에는 신용도가 높은 ‘트리플A’ 와 ‘더블A’ 기업 사채발행이 전체 사채발행액의 47%를 차지했다. 올해 이 수치는 현재까지 겨우 12%에 머무른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신용리스크가 높은 ‘트리플B’ 와 ‘더블B’ ’싱글B’ 에 랭크된 기업이 발행한 사채는 2008년에는 발행액에 전체 발행액의 21%이었지만 올해는 42%까지 상승했다.
할야드자산운용의 마이클 카스트너 대표는 “최근에는 채권 수요가 매우 크기 때문에, 투자자는 어떤 종류이든 이율을 중시하고 등급을 무시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씨티그룹 분석에 의하면 전형적인 싱글A 기업의 1년간 추정부도율(implied default rate)은 현재 채권가격을 기준으로 12bp이고, 트리플B 기업은 16bp이다.
이에 대해 씨티그룹 미국신용 전략 책임자 스테판 안트책은 “이는 리버릿지가 확대되는 시기에서는 큰 차이는 아니다” 라고 말했다.
이는 또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전에는 등급에 다른 추정부도율 차이가 더욱 극명한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이 신용도를 구별하고 있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RBS 보안 신용 전략부문 헤드 에드 마리난은 “자사주 매입이나 합병 등 주주 친화적인 활동 추구를 위해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기업에게 있어서는 등급저하에 따른 비용은 매우 사소한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이어 “기업은 회복력이 매우 뛰어나, 금융위기를 견디고도 기록적인 이익을 창출해냈다.” 며 “주주가치를 높이는 젼략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등급하향을 희생하는 것은 매우 작은 일” 이라고 덧붙였다.
존슨&존슨, 액슨모빌과 나란히 미국 ‘트리플A’ 기업 3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자사주 매입에 73억달러를 투입했다. 이는 주식시가 총액의 2%에 상당하는 수치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의 채권 이율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씨티 신용 전략가 제이슨 슙은 “투자자들은 트리플, 더블, 싱글A 사채를 특별히 구분하지 않는다” 며 “많은 경우, 투자자들은 높은 등급의 기업들은 결국 주주에게 이익 될만한 일을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기업의 사채 이율은 레버리지를 더 잘 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게 된다.”고 말했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한, 미국에서 디폴트율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채권시장에 안주하는 것은 투자자들과 기업 모두에게 리스크가 높은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수익을 늘리기위해, 투자자산을 담보로 차입하거나, 금융파생상품을 이용한다. 씨티은행에 따르면 투자 적격 제조업 기업이 진 채무액은 2006년초 1.6배를 밑돌던 수준이었으나 현재 1.9배를 넘어섰다.
미국 미즈호 증권 치프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리취토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 증가, M&A활동의 조합이 기업 레버리지를 둔화시켰다” 며 “매출액 대비 순수채무비율은 금융위기 이전 최고치를 웃돌고 있다” 고 지적했다.
주식시장과 달리, 회사채 시장은 훨씬 덜 유동적이고 금리 상승 시 실적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증권 왓치덕 보안부문 댄 갤러거는 이번주 회의에서 “채권시장 참가자는 금리가 상승했을 경우 장을 종료하는 능력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제한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