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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격세지감이 드는 것은 최근 몇 년 간 수입 승용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 속에 국내 등록된 수입 승용차 대수가 100만대를 넘어선 데에서 비롯됐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수입 승용차 등록 대수는 100만6천328대로 집계됐다. 정부의 수입차 개방정책으로 1987년 1월 국내에 수입 승용차가 공식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이래 27년여 만에 100만대 고지를 점령한 것이다.
지난달 현재 국내 등록된 전체 승용차 대수가 1천554만213대임을 고려하면, 이제 거리에서 굴러다니는 승용차 15대 가운데 1대는 외제차라는 이야기다.
한 대에 집 한 채 값을 훌쩍 뛰어넘는 '슈퍼카'들도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한국은 이제 글로벌 슈퍼카들의 각축지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수입차는 개방 초창기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위축된다는 국민적 우려와 수입차는 사치품이라는 여론에 가로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개방 첫해에 팔린 수입차는 불과 10대(중고차·상용차·병행수입 제외)로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0.004%에 그쳤다.
수입차는 이후 관세 인하와 취득세 인하 등의 조치가 취해진 직후인 1996년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대수 1만대를 넘어섰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영향으로 잠깐 주춤하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상승 곡선이 꺾일줄을 몰랐다.
국민 인식 변화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입차 업체의 공격적 마케팅이 맞물리며 2000년대 들어 판매량이 수직상승, 2011년에는 수입차 판매량이 10만대를 돌파했고 2012년에는 점유율 10.01%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 7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이 11만2천375대로 이미 10만대를 상회했다. 통상 수입 승용차의 경우 연식 하반기에 더 많이 팔리는 것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대수가 20만대를 넘어서며 점유율 15%선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수입차업계에서는 초창기에 국내 시장에서의 수입차 판매가 비정상적일 만큼 저조했다면 최근에는 유럽차와 디젤차 열풍이 앞세워 수입차 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런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대성 KAIDA 전무는 "수입 승용차 누적 판매 대수가 100만대선에 올라서는 데 27년이나 걸렸지만 향후 200만 시대 도래까지는 짧으면 5년, 길면 6∼7년 소요될 것"이라며 "고급 대형차 위주인 수입차 시장이 점차 경차와 소형차 위주의 대중차 중심으로 재편되며 수입차가 IMF 사태 이후 연간 판매 대수 130만대 언저리에 고착된 국내 전체 승용차 시장의 확대까지 견인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 승용차 100만대 돌파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긴장감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수는 "수입 승용차가 100만대를 넘어섰다는 것은 이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다는 뜻"이라며 "이제 수입차 시장은 신차뿐 아니라 수입 중고차 시장, 수입차 부품 시장 등으로 이뤄진 '애프터 마켓'이 형성돼 자생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현재 내수 점유율 70% 가량을 차지, 독과점 형태를 띠고 있는 시장에서 그마나 수입차가 대항마로 싸우고 있는 셈"이라며 "시장이 치열하게 경쟁해야 소비자 권익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 GM대우, 르노삼성차, 쌍용차[003620] 등 나머지 국내 자동차 제작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수입차의 선전은 그나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