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9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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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정장 차림으로 연단에 선 박 대통령의 우리말 한국시간으로 25일 오전 1시13분에 시작돼 약 20분간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평화'라는 단어를 가장 많은 22차례 사용했다. 또 북한(16차례), 인권(14차례), 한반도(10차례), 통일(6차례) 등 이러한 단어에 관련한 주제가 강조됐다.

강조된 주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인 북한 핵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며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럴 경우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경제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 이라고 약속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박 태통령은 “오늘날 국제사회가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는 인권문제 중의 하나가 북한 인권” 이라며 “북한과 국제사회는 COI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이행을 촉구한 COI 권고사항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COI는 보고서는 “북한에서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인권침해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나 특별법정 설치를 통해 책임자(leader)를 제재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당위성을 강조, “같은 언어, 문화 그리고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남과 북이 유엔에서 2개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일” 이라며 “아직도 한반도는 분단의 장벽에 가로 막혀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는데 세계가 함께 나서 주시기 바란다” 고 당부했다.

특히 이날 박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단상 바로 앞에 위치한 북한 대표부 좌석에서 리수용 외무상을 비롯한 북한 인사들이 자리해 처음부터 끝까지 연설을 지켜봐 눈길을 끌었다.

리 외무상은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 등이 스페인어로 연설할 때에는 동시통역되는 헤드셋을 착용하고 들었으며 박 대통령이 우리 말로 북한인권 개선, 평화통일 등을 이야기할 때에는 헤드셋을 벗고 경청했다.

리 외무상의 이런 모습은 총회장을 중계하는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북한 대표단의 좌석은 중계 카메라에 잘 잡히는 맨 앞줄의 정중앙이어서 다른 나라 대표보다 자주 눈에 띄었다.

북한이 맨 앞줄의 정중앙에 배치된 것은 유엔총회의 좌석배치 규칙에 따른 것이다. 유엔은 총회장의 좌석배치를 위해 매년 7월 제비뽑기를 하고, 당첨된 국가부터 회원국의 영문 알파벳 순으로 좌석을 배치한다.

올 7월에는 쿠바가 뽑혀 맨 앞줄 왼쪽부터 쿠바(Cuba), 키프로스(Cyprus), 체코(Czech Republic), 북한(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순으로 자리가 결정됐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의 고발로 유엔총회에서 강력한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이 추진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이처럼 유엔 데뷔무대에서 민감한 북한 인권문제를 공개 거론하고 나섬에 따라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특히 북한은 이른바 `최고 존엄’인 김정은 제1위원장을 겨냥한 비판에 대해서 그동안 강하게 반발해 왔던터라 박 대통령의 이날 연설을 놓고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