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이후 올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던 경제연구소들은 성장률을 추가로 내릴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2분기 성장률 둔화 폭이 커지자 3, 4분기 회복세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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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의 부진과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뒤엉키면서 세계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다만, 한국은 2기 경제팀 출범 이후 증권·부동산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추석을 전후로 소비 심리도 꿈틀거리고 있어 추후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 예상치 밑돈 2분기…성장률 전망치 내릴 수도
16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민간연구소 등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필요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런 검토의 배경은 예상치를 밑돈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5%를 기록, 2012년 3분기(0.4%) 이후 7개 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명목 GDP는 전분기보다 0.4% 감소해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2분기의 실질 GDP 성장률은 올해 연간 성장률을 정부와 같이 3.7%로 예측한 KDI의 2분기 전망치 0.8%보다 0.3%포인트나 낮다.
2분기 극심한 부진으로 상반기 성장률은 3.68%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한국은행의 상반기 예상치인 3.8%에 못미친다.
이런 측면에서 KDI 내부에선 올해 성장률이 기존 예상치인 3.7%를 0.1%포인트 안팎으로 밑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이 0.3%포인트나 부족하다 보니 3분기와 4분기에 그 이상을 회복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KDI는 오는 11월에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발표할 계획이라면서 이때까지 거시 지표를 비롯한 대내외 여건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들어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안팎으로 하향조정했다.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10개 해외 IB들이 제시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3.7%로 전월 말의 3.8%보다 내려갔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한국의 내수 부진도 문제인데다 유럽과 일본 등의 경기도 기대에 못 미친다"면서 "내달 말로 예정된 경제 전망 수정때에 어떤 식으로 반영할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내수 부진과 대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 등으로 올해 성장률이 추가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다른 기관보다 비교적 낮은 3.6%로 제시해 당장 추가로 하향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수정 여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내수 부진과 대외 여건 불안 등이 있지만 하반기에 정부의 확대 재정정책, 지난 8월의 기준금리 인하 등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등 부정적 요인과 긍정적 요인이 혼재하고 있다는 게 내부적인 판단이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여러 신호가 혼재된 상황이어서 9월 말 산업활동동향 등 각종 통계치를 확인하고 내달 초에 모든 모니터링 수치를 점검한 뒤에 수정 전망의 방향성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다음 달 15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발표할 예정이다.'
◇ “경기, 상향보다 하향 위험 커"
연구소들은 올해 남은 기간의 경기에 대해 아직 조심스러운 반응이지만 대체로 내수와 대외 여건 모두 경기 회복에 부담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KDI 관계자들은 "경기가 상향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하향 위험이 있다"면서 특히 내수가 경기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7월 중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쳐 올해 2분기(0.7%)의 부진이 지속됐다. 같은 달의 설비투자는 전월(2.5%)과 비슷한 3.0% 증가에 머물러 회복이 지체되고 있다.
설비투자 지수가 2012∼2013년에 각각 2.8%와 1.3%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증가세가 과거의 부진을 만회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KDI는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 증가세가 여전히 미약하게 나타나는 등 내수 관련 지표의 개선이 지체돼 경기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대외 여건도 유로존의 경기 위축과 지정학적 위험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대출 규제 완화로 늘어난 가계부채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조기 금리 인상 신호가 나오면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 있으며 한국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 미약하지만 회복 흐름은 지속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
미약하지만 경기의 회복 흐름세가 지속하고 있고 정부와 통화 당국이 재정과 통화 정책을 통해 경기의 회복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는 재정과 세제, 정책 금융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섰고 이런 적극적 정책으로 부동산과 증시 등에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하해 정부의 재정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장 다시 내릴 정도로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 "모멘텀이 강하지는 않지만 3분기에 경기가 올라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속도가 빠르지 않지만 경기의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며 부양에 초점이 맞춰진 정부 정책도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2분기에 경기가 많이 위축됐지만 3분기 들어 경제 심리와 수출 등이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선진국 경기도 2분기까지 불안했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담뱃값 인상으로 예상되는 사재기가 성장률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과거보다 경제 규모가 커졌고 흡연자 감소, 사재기 단속 등으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