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러시아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 현지 통화인 루블화 약세로 실질 판매 이익이 급감하면서 영업 실적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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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부터 문을 연 모스크바 시내 롯데 호텔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교전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4월 이후 지금까지 전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 가까이 빠졌다고 현지 법인 양석 대표가 밝혔다.

모스크바 최고 중심가인 아르바트 거리 인근에 위치한 롯데호텔은 300여 실의 객실을 갖춘 6성급 최고급 호텔이다.

양 대표는 "고급 호텔이다 보니 주로 외국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데 지난 4월 이후 미국 손님은 50%, 유럽 손님은 30% 가까이 줄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모스크바에 진출한 한국 기업 모임인 '재러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기도 한 양 대표는 "다른 한국 기업들의 사정도 비슷한 것으로 듣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지 자동차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는 8월 판매가 지난해보다 13.4%나 줄었다. 러시아 전체 8월 판매가 25% 이상이 빠진 것에 비하면 선전한 것으로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현지 업체 아프토바스를 제치고 3개월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올해 초 세웠던 성장 목표치 달성은 오래전에 물 건너간 상태다.

현대차 모스크바 법인 관계자는 "판매량이 주는 것도 문제지만, 완성차를 유로화로 결제해 들여와 러시아 시장에서 루블화로 판매하는 상황에서 루블화 환율이 크게 오름에 따라 발생하는 환차손도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올 1월 1일 32.6 루블이었던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은 23일 기준환율로 38.5 루블까지 18%나 치솟았으며 같은 기간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도 45.2 루블에서 49.6 루블로 9% 이상 올랐다.

삼성전자 모스크바 법인 관계자도 "매년 15~20% 성장을 계속해오던 법인의 성장 실적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상반기엔 멈추다시피 했다"며 "통상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하반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높은 성장률을 바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에서 동남아식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정모 사장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그전까지 식당을 즐겨 찾던 현지인 부유층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은 또 한국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밀려 대(對) 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경우 러시아 당국이 현지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세무 조사 등의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