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국내 은행들이 미국 일본 등에 견줘 규모와 실적면에서 뒤떨어졌으나 CEO 연봉은 세계적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들의 최고경영자(CEO) 연봉은 일본 상위권 은행의 최고 3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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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일본 1위 금융그룹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그룹의 오키하라 다카무네(沖原隆宗) 회장은 지난해 총보수로 기본급, 성과급, 스톡옵션을 모두 합쳐 1억2100만엔(11억6000만원)을 받았다. 그룹 경영을 사실상 총괄하는 히라노 노부유키(平野信行) 지주 사장 겸 은행장은 1억2500만엔(12억)을 받았다.

일본 2위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그룹의 오쿠 마사유키(奧正之) 지주 회장, 미야타 고이치(宮田孝一) 지주 사장 등 그룹 CEO 2명의 연봉은 각각 1억2200만엔(11억7000만원)과 1억2800만엔(12억2000만원)이다.

일본 3위 미즈호 파이낸셜그룹의 사토 야스히로(佐藤康博) 지주 사장 겸 은행장은 1억1600만엔(11억1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일본 1위부터 3위의 금융그룹 CEO 연봉은 지난해 말 원·엔 환율(100엔당 1,005원)로 따지면 12억~13억원이다. 국내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의 연봉은 일본 1~3위 금융그룹 회장·행장의 약 3배이다.

KB금융그룹은 회장 중도교체로 지난해 연봉을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지만, 어윤대·임영록 전 회장의 연봉을 합치면 기본급·상여금, 성과연동주식 2만760주(8억8천만원)이 붙은 22억3천만원으로 추정된다.

신한금융그룹의 한동우 회장은 기본급·상여금, 성과연동주식 3만40주(14억2천만원)를 더해 28억2000만원, 신한은행 서진원 은행장은 기본급·상여금, 성과연동주식 3만3400주(15억8천만원)까지 28억9000만원을 받았다.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은 지난해 기본급·상여금, 성과연동주식 3만9580주(연말 종가 기준 17억4000만원)가 따라붙어 연봉이 30억8000만원이다. 김 회장은 연봉이 많다는 지적에 30%를 자진 반납했다.

한편, 국내 금융그룹의 경영진 연봉은 일본의 3배 수준이지만 자산과 순익 모두 일본 금융그룹의 약 10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국내 3개 금융그룹의 지난해 자산과 세전 순이익은 KB 2770억달러·17억달러, 신한 2950억달러·25억달러,  하나 2800억달러·12억달러다. 기본자본 기준으로 세계 순위는 KB 68위, 신한 69위, 하나 84위다.

일본 3개 금융그룹의 자산과 순이익은 미쓰비시 UFJ 2조4510억달러·147억달러, 스미토모 미쓰이 1조5천340억달러·135억달러, 미즈호 1조6천700억달러·94억달러다. 세계 순위는 각각 10위, 17위, 21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얼마 전 만난 일본 당국자들이 국내 금융그룹 CEO의 연봉을 전해듣고 깜짝 놀랄 정도" 라며 "국내 금융그룹 회장이 책임도 지지 않고 막강한 권한을 누리면서 거액 연봉을 챙기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보수 평가기준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공개하는 것만이 과도한 CEO 보수 인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 대표는 "두루뭉술하게 보수총액만 공개하는 현 방식으로는 외부 감시가 이뤄질 수 없다"며 "CEO의 보수체계가 명확히 파악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도 "보수 산정기준이 경영성과에 연동하도록 설계돼 있더라도 실제로 뜯어보면 얼마나 연동하는지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며 "사업보고서에 보수산정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해 주주와 외부 감시를 받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