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평가보상위원회를 두고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수를 책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내실은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Like Us on Facebook
이에 따라 보수산정 기준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공개해 보수책정의 합리성과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 등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따라 이사회 내에 최고경영진의 보수 체계를 결정하는 평가보상위원회를 운영한다.
보상위원회는 경영진의 성과평가 기준을 사전에 정하고 사후적으로 경영실적을 평가해 보수액을 결정한다.
일반 기업의 경우 보상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곳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사의 경영진 보수 결정체계는 상대적으로 선진적인 셈이다. 미국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기업에 대해 보상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문제는 형식만 갖췄을 뿐 보상위원회의 의사결정 과정이 독립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사외이사진은 경영진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10대 그룹 92개 상장계열사의 사외이사들이 2009∼2013년 5년간 4천626건의 이사회에 참석하면서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5년을 통틀어 38표(0.3%)에 불과하다.
최근 KB 사태에서도 지주 사외이사들은 임영록 전 회장에 대한 제재가 확정되기 전까지 임 회장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면서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지주사 회장의 보수는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높다"며 "경영진 보수는 사외이사가, 사외이사 보수는 경영진이 결정하다 보니 서로 '주고받기 식' 보수결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 산정기준의 불투명성도 도마 위에 오른다. 보수산정 기준이 구체적으로 공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보수산정 기준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게 없다 보니 문제가 있더라도 분석할 대상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경영성과를 100% 정량평가해 성과보수를 책정한다 하더라도 허점은 남는다.
정량평가에는 대개 총자산수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수익성 지표와 건전성지표, 총주주 수익률, 비용효율성 등 경영성과 지표가 활용된다.
하지만 애초 목표치를 산정할 때 비정량적인 판단이 개입될 경우 성과목표 달성 정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구체적인 정보공시가 없다 보니 CEO 보수액 가운데 성과와 연동된 보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사업보고서에 CEO의 상여금 규모가 공시되지만 이를 모두 성과보수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보수 중 성과연동 비중이 작으면 실적이 저조하더라도 총보수액은 높게 유지할 수 있다.
보상위원회의 독립성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 보상위원회에 김정태 지주 회장이 위원으로 돼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이 자신의 보수 책정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보상위원회에서의 발언권이 커질 수 있는 데다 임원 보수산정 기준 책정이나 평가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는 이런 점을 우려해 상장기업의 보상위원회를 100% 사외이사가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주가 경영진 보수책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기란 쉽지 않다.
통상 임원 보수는 이사회가 등기이사 전원의 보수 총액한도만을 정해 주총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업보고서에는 사후적인 보수총액만 보고되고 세부적인 임원 보수체계를 논의할 여건이 되지 않아 일반주주가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기란 불가능하다.
특히 금융지주사의 경우 등기이사 중 사내이사가 1∼2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주가 정한 보수한도의 상당 비중이 사실상 사내이사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