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슈퍼 달러' 국면으로 엔저에 속도가 붙으면서 올 달러엔 환율이 110엔선을 돌파할 것으로 보는 해외 투자은행(IB)이 늘고 있다.

일부는 내년 연말에는 달러·엔 환율이 130엔에 근접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28일 블룸버그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계 투자기관인 스탠다드차타드는 이달 들어 올해 4분기 달러·엔 환율 전망치를 기존 106엔에서 110엔으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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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다드차타드는 향후 6개월, 9개월 환율 전망치도 각각 108엔에서 113엔, 106에서 115엔으로 높여 잡았다. 

BNP파리바는 일본의 해외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며 달러·엔 환율을 전면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4분기 환율은 기존 110엔에서 112엔까지 높였고, 향후 6개월, 9개월 전망치도 115엔, 118엔으로 기존치보다 3엔씩 올렸다.

최근 달러화 강세 국면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달러·엔 환율이 109엔 위로 올라서는 등 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조만간 110엔을 돌파할 것이라는 시각이 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9월 이후 지난 24일까지 달러·엔 환율 전망치를 제시한 해외 IB 중 15곳이 올해 4분기 엔화 가격이 달러당 110엔 이상일 것으로 봤다.

맥쿼리은행의 전망치가 달러당 112엔, 씨티그룹이 111엔으로 높은 편에 속했고, BMO캐피탈마켓, ABM암로은행, 단스케방크 등이 110엔을 전망치로 제시했다.

해외 IB들의 달러·엔 환율 전망 평균치는 지난 24일 기준 올해 4분기가 107엔, 내년 연간이 111엔으로 집계된 상태다.  

대체로 내년에는 엔저 현상이 더욱 심화한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주요 IB들은 내년 연간 달러·엔 환율을 115~120엔 이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우선 BNP파리바가 내년 환율을 달러당 128엔으로 전체 기관 중 가장 높게 제시했다.  

ABN암로은행은 120엔을 점쳤고, BMO캐피탈마켓과 ING파이낸셜마켓은 달러당 115엔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부 IB 중에는 올해 4분기 엔화 약세가 주춤할 것으로 보는 경우도 있었다.

스위스 금융기업인 UBS는 지난 17일 달러·엔 환율 4분기 전망치를 기존 110엔에서 108엔으로 소폭 내려 잡았다. 

하지만 UBS도 "환율 상승 기조에는 동조하지만 단기 조정은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해 장기적으로는 엔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는 의견이 같았다.

이런 가운데 원화의 강세 움직임에는 하방 경직성이 생길 것으로 전망됐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대규모 경상흑자에 따른 원화 강세 기조는 계속되겠지만,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이나 유럽의 경기부양 조치, 엔화 약세 부담 등으로 원화 강세 압력이 한층 완화될 것으로 해외 IB들은 진단했다.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세자릿수까지 내렸던 해외 기관들은 최근 들어 전망치를 속속 상향하는 모습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4분기 환율을 상반기 975원에서 1,010원으로 높였고, BMO캐피탈마켓도 990원에서 1,015원으로 올려 잡았다.

씨티그룹과 맥쿼리은행 등 일부 IB는 4분기 원·달러 환율이 현재보다 높은 1,050선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씨티그룹은 "중소기업이 원화 강세에 대응할 시간을 벌어주고 일본 기업 대비 가격 경쟁력 악화를 막기 위해 한국 정부 당국이 환율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점쳤다. 

해외 IB의 원·달러 환율 전망 평균치는 4분기 1,015원, 내년 연간 1,013원로 집계됐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040원대로 반등하며 한때 고조됐던 1,000원 선 붕괴 우려를 떨쳐냈지만 달러·엔 상승이 원화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엔화에 비해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