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정책을 이끄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통화 정책을 책임지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르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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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재무·금융 분야 최대 행사인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두 수장은 9일(현지시간) 각각 뉴욕과 워싱턴에서 특파원단을 상대로 나란히 오찬 간담회를 했다.

최 부총리는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 아주 후반대'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예상한 반면 이 총재는 '3% 중반대'로 전망치를 되레 낮출 것이라고 보수적으로 관측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올해 성장률을 3.8%로 제시했으나 오는 15일 수정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 부총리는 상대적으로 성장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로 신흥시장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말부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양적완화(QE) 종료 등에 대비해왔고, 그 결과로 다른 신흥시장과 큰 차이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우리나라는 지난해 4% 성장했고 세월호 사태로 좀 어렵기는 하지만 올해 3% 아주 후반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내년 다시 4%대로 가면 성장세를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의 성장 전망률 예측에는 내수 경기를 부양하고 외국 투자를 촉진해야 할 경제 수장으로서의 능동적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 총재는 세월호 사태가 국내 경제에 미친 영향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을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 가능성의 근거로 내세웠다.

그는 "1분기 성장률이 3.9%였는데 2분기에 예상보다 더 떨어져 3.5%를 기록했다"며 "4분기 상황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성장률이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수치에 미치지 못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IMF는 지난 7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3.7%로, 지난 4월 발표한 수치를 그대로 유지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에 따른 가계 소비 및 기업 투자 위축 심리를 안정시킨다는 차원에서 8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때 금리를 인하한 뒤 개인 소비 심리는 다소 개선됐으나 기업 투자 심리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금리까지 내렸음에도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중앙은행 총재의 고민이 성장률 하향 전망에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정책이나 경기 부양 방법론을 놓고도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약간의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최 부총리는 "지금은 금리를 인상할 때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이 채권 매입을 종료하더라도 금리 인상이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고 우리 경제의 회복세도 과거처럼 강하지 않다"며 "회복세를 견고하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는 하되, 지레 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에는 통화정책보다 구조개선이 우선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인플레 억제에는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만, 경기가 부진할 때 살리는 효과는 아주 없는 건 아니더라도 기대만큼 세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현행 소비나 투자 부진은 구조적 영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금융정책과 더불어 업종 간 불균형 해소나 서비스 부문 생산성 제고 등을 위한 진입 장벽 철폐와 같은 구조적 정책을 병행하지 않으면 소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