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서명이 들어간 문건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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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노사 양측, 즉 하나금융·외환은행과 외환노조가 각각 서명하고 나눠 보관한 문건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애초 두 가지 버전의 합의서가 만들어졌다’ 거나 ‘원본에 없는 김 전 위원장 서명이 사본에 들어갔다’ 는 것이다.

문제의 문건은 하나금융이 지난 2012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사들이면서 맺어진 '2·17 합의서'다. 합의의 골자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독립 경영을 5년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합의 당사자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김기철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정부 측 입회인 자격으로 합의서 조인식에 참석했다.

외환노조 측은 당시 합의서에 김석동 전 위원장의 직위와 이름이 들어갔고, 김 전 위원장이 자필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당시 합의가 노사정 합의에 해당하며, 이 합의를 깨는 조기통합 관련 협상은 정부가 중재해야 응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그러나 전날 김승유 전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을 자청, 의원들의 증인 신문 과정에서 하나금융이 보관한 합의서를 제시하자 논란이 불거졌다. 이 합의서에는 김석동 전 위원장의 직위, 이름, 서명이 없다.

김 전 회장은 국감 직후 "합의서 원본에는 김석동 전 위원장의 서명은 물론 이름 자체가 없고, 원본 대조필 합의서를 국회에 제출했다"며 "기본적으로 노사 합의인데 김 전 위원장이 서명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이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출석 통보를 받지 못했는데도 출석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 관계자는 "당시 노조가 합의서를 들고 다시 김 전 위원장에게 끈질기게 요구해 추가로 서명을 받아낸 것으로 안다"며 "애초 노사 양측이 나눠 가진 합의서 원본에는 김 전 위원장의 서명이 없었다"고 노조 주장을 반박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당시 김 전 위원장 서명이 들어간 합의서와 그렇지 않은 합의서 두 가지 버전이 만들어졌다"며 "김 전 회장과 하나금융 측이 서명 없는 합의서만 제시하고 서명 있는 합의서는 숨기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의 서명 여부와 무관하게 당시 합의를 노조 주장처럼 노사정 합의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견해라는 점에서 향후 외환은행 노사 협상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감에서 2·17 합의서에 대해 "노사정이 아닌 노사 합의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김석동) 위원장은 단순 입회자로서 참여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