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코스피가 바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의 하락세는 달러화 강세 문제가 불거진 9월 말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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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들어 2,080선까지 오르며 2,100선 돌파에 기대가 높았던 지수는 달러 강세 속 외국인의 이탈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10월 들어서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우려가 투자자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  

이에 달러 강세와 기업 실적 우려에 체력이 바닥난 코스피가 세계 경기 불안이라는 충격까지 받아 결국 1,900선마저 무너져내렸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900선이 깨지면 다음 지지선은 1,880선, 그다음으로 1,860선까지도 내려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달 들어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도를 했다. 전날까지 10거래일간 매도액은 2조1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최근 불거진 세계 경기에 대한 우려가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더욱 흔들어대고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경기 위기는 미국으로 번졌고 결국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퍼져 나갔다.  

허문욱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경기가 불안하고 기초여건(펀더멘털) 면에서도 주식을 매수할만한 긍정적인 요소가 없어 투자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며 "특히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불안까지 겹치면서 불안감이 과도하게 증폭되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약세장을 이끈 외국인의 매도세가 진정되지 않는 한 증시에 훈풍이 불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달러 강세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기업 실적 우려도 증시에 충분히 반영됐지만 외국인의 귀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매도세 성격을 다시 진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 실적 우려감과 원화 강세가 외국인 매도세를 촉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 둔화 우려가 커지다 보니 신흥시장뿐만 아니라 위험자산 전반에서 자금을 빼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확실히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1주일간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에선 각각 93억8000만달러(9조9000억원), 34억8000만달러(3조7000억원)가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글로벌 유동성은 안전자산으로 몰려 이 기간 선진국 시장의 채권형 펀드로 151억4000달러(16조1000억원)가 순유입했다. 신흥국 시장의 채권형 펀드로도 6억3800만달러(6700억원)가 순유입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이탈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중국 본토 시장이 후강퉁(扈港通) 제도로 개방되면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계 자금의 이탈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당국이 이달중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약발이 얼마나 먹힐지도 미지수다.  

'최경환 경제팀'이 야심차게 준비한 배당소득 증대세제 등 부양책도 '반짝 효과'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는데도 코스피는 약보합으로 마감해 현재 증시 부양을 위한 보다 ‘강한 주사’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