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이 낮고 원금 보증을 받아 손실이 거의 없는데도 고금리를 받아챙기는 은행의 행태가 '렌트 푸어(전세 빈곤층)'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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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보증을 받는 9개 은행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분석한 결과, 7개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보다 더 높았다.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에서 90% 원금 보증을 받는 상품을, 주택대출은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상품을 기준으로 했다.
하나은행은 전세대출의 연체율이 0.13%로 주택대출 연체율(0.41%)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전세대출 금리가 연 3.85%로 주택대출 금리(연 3.58%)보다 훨씬 높았다.
외환은행의 전세대출 연체율은 0.3%로 주택대출 연체율(0.57%)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전세대출의 금리(연 3.67%)가 주택대출 금리(연 3.44%)보다 높았다.
농협은행은 전세대출과 주택대출의 연체율이 각각 0.9% 가량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전세대출 금리가 연 4.1%로 주택대출 금리(연 3.63%)보다 무려 0.5%포인트나 높았다.
씨티은행도 전세대출 금리(연 3.66%)가 주택대출 금리(연 3.32%)보다 훨씬 높았으며, 대구은행(전세대출 금리 3.85%·주택대출 금리 3.56%)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국민은행의 경우 주택금융공사에서 100% 보증을 받아 대출자가 상환을 하지 못 해도 은행의 손실이 전혀 없는 전세자금 대출의 금리가 연 3.95%나 됐다.
9개 은행 중 신한은행과 전북은행은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보다 더 낮았다.
은행들은 전세대출의 규모가 주택대출보다 작아 원가 측면에서 불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주택대출의 규모가 전세대출보다 훨씬 큰 만큼 '규모의 경제'를 살려 원가를 낮출 수 있다"며 "전세대출의 원가가 주택대출보다 높아 대출금리도 더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은행들의 해명에 전문가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담보가 되는 주택 가치를 평가해 담보를 설정하는 비용(근저당 설정비)이 있기 때문에, 전세거래계약서 한 장만 필요한 전세대출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등록세, 교육세, 채권 매입비, 증지대, 서류발급대행료, 법무사 수수료 등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근저당 설정비는 대출금의 무려 0.6~0.7%에 달한다. 그만큼 대출이자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출자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때에도 주택담보대출은 담보로 잡은 주택을 경매에 넘긴 후 경매 낙찰대금으로 원금을 충당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08년 금융위기 직후처럼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 경매 낙찰대금이 대출 원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며, 이 경우 은행이 손실을 전부 부담해야 한다.
반면, 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을 받는 전세대출은 대출자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주택금융공사가 원금의 90%를 지급하기 때문에 손실 위험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원가도 낮고 연체율도 낮은 전세대출 금리를 주택대출보다 더 높게 받는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금융상품인 전세대출의 금리를 낮춰 '렌트 푸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