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달러화 강세에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올라서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연말 환율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의 올해 연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평균 1,088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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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증권사들의 직전 평균치인 1,057원에서 30원 이상 높아진 수치다. 이들 증권사 대부분은 10월 말~11월 초 환율 전망치를 조정했다.

연말 환율을 가장 높게 전망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으로 1,130원(잠정)이었다.

이어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의 전망치가 각각 1,110원, 1,105원으로 1,100원 선을 웃돌았다.

유안타증권과 KDB대우증권은 연말 환율을 1,090원으로 전망했고, 현대증권은 1,085원, 신한금융투자는 1,080원으로 점쳤다.

미래에셋증권은 4분기 평균 기준으로 환율이 1,080원일 것으로 내다봤고, 우리투자증권은 1,075원을 제시했다.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한 삼성증권은 연말 환율이 1,030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조사에 포함된 10개 증권사 모두가 한 달 새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높여 잡은 것이다. 일본은행(BOJ)이 양적완화 확대 정책을 결정한 10월 31일이 기점이 된 경우가 많았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BOJ가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쓰기 어려울 것으로 봤는데 예상외로 10월 말 양적완화를 확대했다"며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데에는 달러·엔 환율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세계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겹치면서 매서운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19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7.3원 오른 1,106.3원에 마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통화완화 기대가 높아지고 일본 아베노믹스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달러화 가치를 높였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한편, 이들 증권사가 전망한 내년 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1,069원으로 집계됐다. 상단 평균은 1,146원, 하단 평균은 1,032원이었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올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에 환율이 고점을 찍은 뒤 하반기에는 내려오면서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계속해서 원·달러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의 추가 상승을 억누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내년 미국 금리인상 시점을 6월 말로 보고 있다"며 "이에 따라 환율이 2분기 1,200원까지 오른 이후 하반기에는 점차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12개월 전망으로 볼 때 원화 강세 압력도 상당하다"며 "일본이나 유럽의 통화완화 정책이 저위험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고 유가 하락으로 우리나라의 경상흑자 내년에도 크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내년에도 원화 약세라는 큰 흐름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철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가 중기적으로는 안정되는 시기도 있겠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슈로 2016년 말까지는 원화 약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