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천60조원에 이른 가계부채의 실태에 대한 ‘사실상 전수(全數) 조사'에 나선다.

26일 한은 관계자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개인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가계부채 통계를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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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신용평가기관은 은행·카드회사·대부업체 등과 정보 교환협약을 맺고 수집한 대출 관련 자료로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곳이다. 국내 금융기관에서 일어난 개인 대출의 전수라고 할 수 있는 3천만건 이상의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인 신용등급을 매기면 금융회사들은 이를 대출 승인, 신용카드 이용한도 설정 등에 활용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3천만건 이상의 가계대출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전수조사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표본을 정교하게 뽑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대출자 특성별 부채 수준은 어떤지, 소득과 비교해 부채가 감내할만한 수준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총량 수준에서 접근하는 것에서 벗어나 ‘현미경'을 끼고 가계부채의 실상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평가기관에서 받은 가계부채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지 검증을 거친 이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분석에 들어가겠다"며 "가급적이면 지난해 자료부터 분석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가계부채 통계 확충은 지난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던 의원들의 지적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정희수 기재위원장은 한은에 우리나라가 감내할 수 있는 가계부채의 적정 수준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가 되는 것을 막으려면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1년에 1번 2만 가구를 대상으로 가계 재무건전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국감에선 2만 가구 표본이 가계부채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기엔 너무 작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와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가계부채 누증에 대한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는 올해 7∼9월 석 달간 22조원이 늘어 사상 최대치인 1천60조원이 됐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했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으로 160.7%로 대부분 선진국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2년 기준, 135.7%)보다 높은 수준이다.

OECD는 최근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을 주의 깊게 추진해야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OECD는 지난 25일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로 금융기관과 민간소비 관련 리스크가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