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규 기자] = 삼성그룹이 26일 화학부문 계열사인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방위산업부문 계열사인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의함에 따라 삼성그룹 경영권의 3세 승계 구도가 좀 더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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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다소 애매한 부문으로 남아 있던 화학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함에 따라 그룹 구조가 전자, 금융, 건설·중공업, 서비스 등으로 단순화되기 때문이다.

삼성종합화학의 주주사는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등으로 이들 계열사는 이날 오전 공시를 통해 지분 매각을 결의했다. 삼성토탈은 삼성종합화학의 합작 자회사로 함께 양도된다. 삼성테크윈의 주주사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증권 등이며, 역시 매각 결의가 이뤄졌다. 삼성테크윈의 합작 자회사인 삼성탈레스도 양도된다.

이번에 매각되는 4개 계열사에는 오너 일가 지분이 거의 없다. 따라서 이번 계열사 빅딜로 오너 삼남매의 지분 구조에 뚜렷한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보유한 삼성종합화학 지분 4.95%와 이 회장의 삼성종합화학 지분 0.97% 정도이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5.1%와 삼성SDS 11.3%, 삼성전자 0.6%, 삼성자산운용 7.7% 등을 갖고 있다. 이부진 사장과 이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사장은 각각 제일모직 지분 8.3%와 삼성SDS 지분 3.9%를 갖고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사업구조가 재편되면서 삼남매의 승계 구도에는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설득력 있게 제기된 삼성그룹 분할 시나리오는 이 부회장이 전자·금융·건설 부문을 맡고 이부진 사장이 호텔·상사·중화학을, 이서현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맡는 것이었다. 그러나 화학부문이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을 빼고 모두 한화그룹에 넘어감으로써 화학부문 계열사의 승계는 의미가 없어졌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전자·금융·건설 부문 등 주력을 맡고 이부진 사장이 호텔과 상사 부문을 맡는 것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양대 축으로 한 전자·금융 부문과 삼성물산 중심의 건설 부문을 통할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 건설사업부문은 삼성물산(토목·건축·주택), 삼성중공업(토목·건축), 삼성엔지니어링(플랜트), 제일모직(골프장·리조트 건설) 등 여러 계열사로 흩어져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제동이 걸렸지만 추후 재추진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삼성물산이 다른 계열사 건설부문을 흡수할 여지도 있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과 상사 부문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 사장 외에 삼성물산 고문 직함을 2010년부터 유지하고 있다.  삼성물산 고문은 건설부문이 아니라 상사 부문이다. 신라면세점 등 호텔·유통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상사부문 고문을 겸하고 있다.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과 미디어·광고 부문인 제일기획으로 분야가 정리돼 있어 이번 빅딜로 승계할 사업부문에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