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경차로 분류되는 여러 차종이 국내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경차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가 경차 기준 개정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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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도 경차로 인정받아 각종 혜택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는 27일 경차 기준을 포함한 차종 분류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김희수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장은 "경차 기준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현재 기준이 타당한지 검토해볼 것"이라면서 "경차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데 분류체계를 바꾸는 데 문제가 없는지 여러모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차는 연료 소모와 배출 가스가 적어 취득·등록세 면제, 통행료·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보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상 경차로 분류되려면 배기량 1천㏄ 미만이면서 길이 3.6m, 너비 1.6m, 높이 2m 이하여야 한다.

국산차 가운데 경차는 기아차[000270] 모닝, 레이와 한국GM 스파크 등 3개 차종뿐이며 정식 시판되는 수입차 중에서는 전혀 없다.  

경차 기준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차체 너비다.

유럽에서 잘 팔리는 피아트 친퀘첸토, 르노 트윙고 등은 배기량 등의 기준은 충족하지만 너비가 국내 기준보다 4㎝가량 길어 경차로 인정받지 못한다.

크라이슬러는 지난해 피아트 친퀘첸토를 수입하려다 국내에서는 경차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을 알고 900㏄ 모델 대신 1천400㏄ 모델을 들여오기도 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아직 국토부에 공식 건의하지는 않았지만 경차 기준 완화를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기준을 완화하면 새로운 경차 수요가 생겨 시장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것이 수입차 업계의 의견이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경차 기준이 완화되면 수입차로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면서 "유럽에서 불티나게 팔리지만 국내에서는 높은 가격 등으로 기대만큼 팔리지 않는 피아트 친퀘첸토는 경차 혜택을 받으면 배기량이 낮은 모델을 싼값에 들여와 판매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푸조 108, 르노 트윙고 등도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조와 시트로앵을 수입하는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정부가 경차 기준을 바꿔 세금 혜택 등이 생기면 푸조 108, 시트로앵 C1 등을 국내에 출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르노의 트윙고 역시 경차 기준이 바뀌면 르노삼성자동차가 들여와 판매할 것으로 점쳐진다. 스페인산 소형 SUV QM3를 들여와 자사 브랜드로 판매해 쏠쏠한 재미를 본 르노삼성차는 트윙고를 출시하면 라인업 다양화로 브랜드 이미지를 올리고 전체적인 판매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수입 경차의 국내 진출을 경계하고 있다.

한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수입차 쪽에서는 시장을 더 늘리고 차종을 다양하게 하려면 규제를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지금도 배기량과 사이즈가 크다"면서 "조금씩 규제를 풀다 보면 경차 아닌 경차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입차가 경차로 인정받으면 국내 경차 수요가 수입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경차 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국산차와 수입차의 의견이 일치한다.

윤대성 전무는 "일본만 해도 1천만원 이하의 경차들이 많이 존재하는데 국내 제작사들은 경차를 팔아봤자 이윤이 남지 않는데다 경차 시장 자체가 작아서 경차를 만들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도 "일본은 경차가 수십 종이나 되는데 우리는 3종밖에 없다"면서 "메이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이 마진이 적다는 이유로 경차 개발을 꺼린 탓에 경차가 자동차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간신히 넘는 상황이다.

한편 국토부는 경차 기준 변경 여부는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쯤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의 이준권 사무관은 "서민경제 때문에 경차를 장려한 면이 있는데 수입차도 경차로 인정할지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1∼2인용 초소형차나 하이브리드·전기차 등의 분류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