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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한국의 피해 사례를 예로 들면서 미국 기업들에 컴퓨터 시스템에 저장된 정보를 단순히 훔치거나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아예 파괴하는 악성 프로그램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소니 영화사 해킹 사건 조사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소니 측 컴퓨터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데이터를 파괴한 악성 소프트웨어가 한글 코드를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해커 집단의 침입이 지난해 5월 한국 내 다수 은행과 2개 방송사의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공격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당시 사이버 공격도 북한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악성 소프트웨어가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의 데이터 파일을 덮어쓰거나 컴퓨터 부팅에 필요한 정보의 저장 장소인 MBR(마스터 부트 리코드) 등을 손상시켜 컴퓨터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든다면서, 이는 북한 사이버 공격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를 제작해 이달 25일 개봉할 예정인 소니 영화사는 최근 해커들의 공격을 받아 컴퓨터 시스템이 다운되고 '퓨리' '애니' 등 블록버스터급 영화 상당수를 도난당해 온라인상에 유출됐다.
'인터뷰'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인터뷰 기회를 잡은 미국 토크쇼 사회자와 연출자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김정은 암살 지령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인 탓에,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FBI는 전날 저녁 자국 기업들을 상대로 낸 보고서에서 소니 영화사 해킹처럼 컴퓨터 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하고 정보를 영구히 삭제하는 형태의 사이버 공격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FBI는 북한이나 이란 등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공격은 지금까지 아시아와 중동에서만 보였던 공격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2012년 8월 세계 최대 석유 수출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나 지난해 한국 내 은행 및 방송사에 대한 해킹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FBI 측은 이날 AFP 통신에 "소니 영화사에 대한 최근 사이버 침입을 조사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공조하고 있다"면서 "공공기관 및 사기업 부문의 컴퓨터망을 겨냥한 공격은 중대한 위협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이런 위협을 자행하는 개인과 단체를 지속적으로 추적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