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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부사장은 지난 5일 뉴욕발 대한항공 항공기 안에서 일등석 기내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며 승무원들에게 고함을 쳤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가던 항공기의 기수를 탑승구로 돌리게 해 객실 서비스의 책임자인 사무장을 그 자리에서 내리게 했다.
250여명의 승객은 영문도 모른 채 탑승구로 되돌아가는 항공기를 지켜보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대한항공 소유주 일가가 직원을 어떻게 다루는지, 고객을 어떻게 여기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조양호 회장은 화가 난다는 이유로 승객과 승무원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조 부사장에 대해 사내외 규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고, 직원과 고객에게 백배사죄하도록 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단속해야 한다.
발단은 완벽하지 못한 일등석 기내 서비스였다. 한 승무원이 일등석에 탑승한 조현아 부사장에게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봉지째 견과류를 건넸다.
조 부사장은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며 따졌고, 객실 서비스를 책임지는 사무장을 불러 서비스 매뉴얼을 확인해 보도록 요구했다.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다. 기내 서비스를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이자 경영자로서 당연히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었다.
조현아 부사장은 남다른 관심과 노력으로 대한항공의 기내 서비스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주인공이다. 그런 그로서는 '승객의 의향을 먼저 묻고, 승객이 원하면 견과류를 접시에 담아서 건네야 한다'는 규정이 현장에서 무시되는 것을 보고 화가 났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뒤에 보인 행태는 도를 넘었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조 부사장은 사무장이 태블릿컴퓨터에서 관련 규정을 찾지 못하자 고함을 지르고, 그 자리에서 항공기를 돌려 뉴욕 공항에 사무장을 내리도록 조치했다고 한다.'
기내 서비스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승무원이 혼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승무원의 인격을 모독했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승무원은 기내 서비스 이외에 유사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사무장은 기장의 지휘를 받아 객실에서 승객의 안전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화가 난다고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을 항공기에서 끌어내는 것은 옳지 않다. 서울로 돌아와서 엄중히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승객은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오만방자한 태도였다. 다른 승객이 있는데도 조 부사장은 고성을 지르며 역정을 냈다. 일반석에까지 고함이 들렸다고 하니 현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짐작이 간다.
승객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 기내 서비스 담당 부사장의 처신이 대한항공의 어떤 매뉴얼에 나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항공기가 탑승구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불안에 떨었을 승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출발이 20여분간 지연됐는데도 대한항공은 안내 방송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장의 행동은 더 큰 문제다. 대한항공 기장은 조현아 부사장이 길길이 뛰자 활주로를 향해 가던 항공기를 돌려 다시 탑승구로 돌아가는 이른바 '램프 리턴'을 했다. 이 램프 리턴은 통상 기체에 이상이 발견됐거나 승객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하는 것이다.
소유주 일가가 성질을 부린다고 항공기의 기수를 돌리는 기장이 있는 항공사는 더 이상 일류라고 할 수 없다.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항공기를 정시 출항시켰어야 했다.
조현아 부사장과 기장의 어이없는 행동은 대한항공의 매뉴얼뿐만이 아니라 더 엄격한 국가 매뉴얼인 항공법 위반 소지까지 있어 당국이 법률 검토에 나섰다고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엄중히 다스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