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올해 들어 달러 강세로 인한 통화가치 하락율은 일본이 한국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엔저 진행 속도가 2배 이상 빠른 지금의 현상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Like Us on Facebook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날 엔·달러 환율은 오후 5시 10분 기준 121.22엔으로 나타나 120엔을 돌파했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도 하락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보다 3.6원 오른 1,117.7원으로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 작년 8월 22일(달러당 1,123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 강세 앞에 원화와 엔화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두 나라의 통화가치 하락률을 비교하면 일본이 한국보다 2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이는 달러화 강세 속에서 엔화 약세 진행 속도가 원화 약세 진행 속도보다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것을 뜻한다. 

원화 역시 달러 강세로 인해 통화가치가 떨어졌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돼 달러화 공급이 충분한 상황이어서 약세 진행속도가 엔화만큼 가파르지 않다.

실제로 최근 1개월 동안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약 2.9% 하락했지만, 엔화 가치는 이 기간에 5.9% 떨어졌다. 최근 3개월간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8.4% 떨어지는 동안 엔화 가치는 13.2%나 하락했다. 연초 이후 달러 대비 통화가치 하락률 역시 엔화(-13.4%)가 원화(-6.1%)보다 2배 이상 높다.

엔저는 지난 10월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완화를 단행한 데 이어, 지난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18일 소비세율 인상 연기를 발표한 이후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달러 대비 엔화가치 하락은 일본과 미국 간의 경기회복 속도 차가 통화가치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엔·달러 환율이 연일 120엔을 넘어선 것은 두 나라의 경기회복 속도 차이에서 기인했다.  

전날 발표된 일본의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확정치는 물가변동을 제외한 실질로 전분기보다 0.5%, 연율 환산으로는 1.9% 감소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반면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는 시장의 기대를 웃돌았다.

미국 11월 실업률은 5.8%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전인 2008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비농업 부문 일자리 증가분(32만1천개)은 시장의 예상치 평균(23만 개)을 훌쩍 뛰어넘었다.

엔저 속도가 원화 약세 속도를 앞지르는 상황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전망하는 내년 4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1,130원으로 전날 종가(1117.7원)와 비교해 1.1% 상승한 수준이다.

반면 내년 4분기 엔·달러 환율 전망치는 124엔으로 전날 종가(121.22엔) 대비 2.3% 높아, 내년에도 엔저 진행속도가 원화약세 속도를 앞지르는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