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원 가까이 급락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9.9원 내린 1,107.8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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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이렇게 큰 폭으로 내린 것은 지난 4월 9일(10.8원 하락) 이후 8개월 만이다.
전날 장중 달러당 1,120원 선을 넘어서며 1년 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3∼4원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달러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른 이후 나온 차익 시현 물량으로 달러 강세가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오후 들어선 급락한 엔·달러 환율의 움직임에 동조해 원·달러 환율도 낙폭을 크게 키웠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20엔 초반대에서 움직이다가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가 하락한 영향을 받아 119엔대로 밀려났다.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0.68% 하락한 17,813.38로 장을 마쳤다.
일각에서는 국제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엔·원 환율 하락에 베팅하면서 원·달러 환율의 낙폭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원화와 엔화는 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아 달러화 대비 가치를 비교한 재정환율로 두 통화의 상대적 가치를 매긴다. 원·엔 환율을 조정하려면 원·달러를 움직여야 하는 구조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원·엔 환율 하락에 베팅한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엔화를 사고 원화를 파는 거래를 진행하다 보니 원·달러 환율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오후 3시 현재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22.24원으로 오전 6시 미국 뉴욕 외환시장 종가보다 3.98원 내렸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5일 100엔당 915.3원(저가 기준)으로 920원대가 붕괴했고 8일에는 장중 914.17원까지 떨어졌다.
외환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계속해서 추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팀장은 "지금은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에 따른 달러화 강세 이후 차익 시현 매물이 나오는 과정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하락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엔·원 환율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한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정책적 뒷받침이 없고, 외국인들도 주식·채권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며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선 밑으로 떨어지기는 어렵겠지만 현 수준에서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