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입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투자와 소비 여력 확대 등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저물가 확대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 등 부정적 효과를 유발할 수도 있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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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유수입비용 절감…성장률·경상수지에 도움
원유 수입국인 한국 입장에서 국제유가 하락은 일단 긍정적으로 보인다.
우선 원유 수입 비용이 줄어들고 유가 하락으로 수출입 교역 여건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 하락으로 인도, 일본, 중국, 미국 등의 원유 수입 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4%에 해당하는 비용을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수입 가격이 내려가면서 수출 가격도 하락한다. 수출경쟁력에 도움을 줄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에는 수출 가격이 2.9% 내려가는 동안 유가 하락으로 수입 가격은 4.2% 떨어졌다. 대외 교역을 통한 구매력이 더 커지는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유 수입 비용이 줄면 새로운 투자 여력이 생긴다. 소비자도 물가 하락 등으로 소비 여력이 늘어나 경기의 활력이 커질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10% 하락하면 기업 투자는 0.02%, 소비는 0.68%, 수출은 1.19% 증가할 것으로 봤다. 국내총생산(GDP)은 0.27%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유가가 내려갈 때 경제성장률이 올라가고 경상수지 흑자는 늘어나는 대신에 물가는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 디플레 압력 증가·주력 산업 수익성 악화 우려
유가 하락이 국내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장기간 1%대에서 머물러 저물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가하락이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 물가 안정세가 디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으로서는 유가 하락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켜 수요 부진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제조업에서 상당한 무게를 지닌 석유정제산업, 조선업 등 주력 업종 수익성에 타격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석유정제업의 경우 유가가 떨어지면 원유를 정제해 만든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의 마진이 낮아져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실제로 유가 하락세 영향으로 국내 4대 정유사 중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하고 SK이노베이션[096770]과 GS칼텍스, S-OIL[010950](S-OIL) 등은 1년 전에 비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일제히 감소했다.
유전 개발을 위한 해양플랜트 발주 위축으로 조선업계도 부정적인 영향을 피해갈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최근의 유가 하락이 세계경기 위축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 수요 부족으로 유가가 떨어진 측면에 비춰볼 때,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당분간 ‘빨간 등’이 켜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