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제 47회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했다. 그러나 투표율은 전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민주당 입후보자가 정원의 과반에도 못 미치는 등 여당 외에 선택지가 없었던 것 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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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아베가 무난히 재집권해 엔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는 전망에 맞서 아베정권에 대한 지지 결여가 지속적인 통화 완화정책 유지를 힘들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은 15일 스즈키 히로유키(鈴木博之) 정치부장 명의의 평론에서 “전후 최저 투표율을 생각하면 아베 정치가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는지 의문이 남는다"며 "적어도 개헌 방침이 찬성을 얻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으로 이번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내각부 정무관조차도 14일 "열광 없는 선거에서 열광 없는 압승"이라며 "이제 자민당이 하지 못하는 일이 있으면 모두 자민당의 책임이고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주가와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춰온 아베의 선거 압승으로 당분간 일본 주가 상승과 엔화 약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내년 중반 미국이 금리인상 후, 미국과 일본의 금융정책 방향성 격차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일각에선 일본이 통화 완화정책을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FPG증권 관계자는 “내년 연말에 걸처 1달러 127엔까지 엔화약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팀장은 “일본은행(BOJ)이 내년 초반까지 자산 매입을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 2분기까지 엔저가 이어져 엔·달러는 123∼125엔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도 “엔화 약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할 것”이라며 "엔·달러는 125엔까지 갈 것으로 전망한다"며 엔화약세를 점쳤다.

반면 김승현 대신증권 전략실장은 “완화정책을 끌고 가려면 실질 물가 상승을 감당해야 하는데, 이번 선거에서도 충분한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엔화가 약세를 지속할 수도,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며 "적어도 환율시장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교도통신도 논평에서 "실질 임금 상승이 저조한 것이 일본 경제의 심각한 하강 위협" 이라며 "아베가 2017년으로 연기한 소비세 2차 인상을 실행하려면 부진한 실질 임금 상승이 선행돼야 할 것" 이라고 전했다.

또 전문가들은 엔저 가속화가 국내 수출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으나, 우려만큼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소 팀장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가 엔저를 더 유도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며 "엔저만 놓고 보면 국내 수출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수출뿐 아니라 내수관련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만으로 앞으로 엔저가 가속화해 국내 수출이나 경제에 미치는 파문이 클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홍 연구원은 "엔·달러가 오르면서 원·달러가 동반 상승하고 있어 수출기업 입장에서 영향력은 반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