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규 기자] = 15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장환경에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뿐” 이라며 “성과에 취하거나 불안한 세계경제 전망에 위축되지 말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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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은 어려운 여건에도 연초 수립한 판매 목표(786만대)를 초과 달성한 것을 격려하면서도 "800만대에 만족하기엔 갈 길이 멀다. 800만대는 새로운 시작이며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위기요인들을 두루 열거했다.

그는 “내년에는 세계 경제의 저성장, 엔저 가속화, 미국 금리 변동 및 유가 하락에 따른 신흥국 위기 가능성 등 자동차 시장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며 자체 역량으로 위기를 넘기고 도약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들어 지난달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725만대를 판매, 전년 동기(692만대)보다 4.8% 증가한 실적을 보이며 연간 800만대 판매가 확실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5% 늘어난 103만대를 팔았고, 해외에서는 중국에서 두 자릿수(10.6%)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비롯해 브라질, 인도, 미국 등 주요 지역에서 고르게 성장하며 작년보다 5.1% 증가한 621만대를 판매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내년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이 성장을 주도하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 수요가 올해보다 3.9% 증가한 8710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현대차 최대 베스트셀링카 ‘아반떼’ 신형 모델과 기아차를 대표하는 글로벌 모델인 신형 'K5'가 판매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SUV 시장 성장에 따라 신형 ‘투싼ix’와 신형 '스포티지R'도 판매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처한 시장 환경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원화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엔화 가치로 인해 일본 업체의 공세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산유국의 경제 악화로 자동차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는 등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점도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정 회장은 “내년은 현대·기아차의 새로운 친환경차들이 글로벌주요 시장에 선보이는 중요한 해”라며 "철저한 준비로 세계적 친환경차 메이커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회사 역사상 최초로 쏘나타 플러그인(충전식) 하이브리드를 국내와 미국 시장에 내놓고, 성능과 연비를 개선한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신형 K5 하이브리드로 하이브리드 점유율을 더 높일 방침이다. 내년 말에는 도요타, 혼다에 이어 준중형 하이브리드 전용차를 출시, 친환경차 제작사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해외법인장 6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