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증시도 저유가 압력에 눌려 연말 랠리가 실종됐다.
저유가는 중장기적으로 소비여력을 키워 경제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경기 부진과 맞물리며 시장의 디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기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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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도 유가는 바닥을 몰랐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90달러(3.3%) 하락한 배럴당 55.91달러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으로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60달러선이 무너졌다.
뉴욕증시는 변동성이 심해지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4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율(전월 대비 1.3%)을 보인 11월 미국 산업생산지수 발표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상승 출발했지만, 추락하는 유가 탓에 0.58% 하락한 채 마감한 것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0.63%, 1.04% 내렸다.
유럽 주요 증시에선 저유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지수가 이틀 연속으로 2%대 하락한 곳이 많았다. 가뜩이나 디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인데다 그리스 정정불안까지겹친 유럽이어서 그랬다.
저유가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모습이다.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 증시의 RTS 지수는 간밤 9.25% 폭락하며 2009년 상반기 이후 최저치까지 미끄러졌다. RTS지수는 지난달 25일부터 약세에 접어들었고 8거래일째 하락했다. 루블화 가치 폭락과 저유가의 악순환이다.
16일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이런 대외 악재는 여전히 부담이다.
다만, 전날 코스피가 개장 직후 1.900선이 무너졌다가 바로 복원력을 발휘하며 1,920선을 지켜냈고 코스닥이 0.83% 오른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투자자로선 1,900~1,920이 단기 저점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나흘간 1조4천억원 가량 순매도한 외국인의 팔자 공세에도 코스피가 1,920선 전후에서 하방경직성을 보여줬고 코스닥은 강한 반등세를 보였다"며 "바닥권 탈피 시도가 재차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관심은 오전 10시 45분께 발표될 HSBC의 중국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 쏠려 있다. 전월에는 기준치인 50.0에 걸렸고 시장 컨센서스는 49.8이다. 다만 수치가 나쁘게 나오더라도 중국의 경기 부양책을 기대하는 관측이 커질 수 있으므로 시장 반응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관망세가 확산할 움직임도 있다. 12월 들어 코스피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이틀만 빼고 4조원을 밑돌 정도로 거래가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