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증가율이 무려 11%에 달했던 주택담보대출 급증세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내년 부동산시장 침체, 국내경기의 전반적 하강 등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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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내년 가계대출 목표치를 올해보다 대폭 하향조정하고 리스크 관리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완화가 불러온 대출 열기를 방치하면 은행 건전성에 심각한 타격이 올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가계대출이 6.9% 늘었던 농협은행은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3%로 책정했다.

농협 관계자는 “올해는 부동산 규제완화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는 이러한 수요가 지속되기 어렵다” 며 "특히 '비정상적 수요'가 최근 크게 늘고 있는 만큼 이에 주의해 대출 증가율을 낮추려 한다"고 말했다.

비정상적 수요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후 이를 생활비, 사업자금 등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말한다.

국민은행은 올해 1~11월 9.3%에 달했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내년에는 5%대 후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정부 기관 등에서 3%대 중반으로 바라보는 내년 성장률이 당초 예상에 못 미칠 정도로 경기가 나빠질 경우, 대출 증가율을 추가로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내년 대출 증가율 목표치도 다소 낙관적으로 정한 측면이 있다” 며 "경기하강 위험이 커질 경우 즉시 목표치를 낮추는 등 내년 경영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12.5%에 달해 시중은행 중 최고치를 기록한 우리은행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내년 증가율 목표치를 올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7~5.9%로 내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는 가계대출 시장 자체의 수요가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 정도를 제외하고는 가계대출이 늘어날 요인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8%에 달하는 신한은행은 내년 증가율 목표치를 우리은행보다 낮은 5%대 초반으로 책정했다. 기업은행은 이보다 낮은 5%, 하나은행은 4.7%까지 낮춰잡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미 가계대출 관리에 나섰다” 며 "다중채무자, 아파트 집단대출, 지나치게 낮은 대출금리 요구자 등을 주된 '블랙 리스트'로 삼아 대출을 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연구원의 임진 연구위원은 "올해 부동산 규제완화로 인한 주택대출 특수가 내년에는 사라지는데다 경기회복 속도도 충분치 않아,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