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예원 기자] = 최근 루블화 가치가 폭락을 거듭하자 금리 광폭 인상을 단행한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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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몇 주 전까지만해도 러시아 정부, 은행간부, 기업가 등은 러시아 경제에 대해 “고통을 수반하겠지만 대처할 수 있다”고 단언해왔다. 이들은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비교하면 러시아는 훨씬 잘 견딜 수 있는 상황에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16일(현지시간) 루블화가 한때 달러당 20% 가까이 폭락하자, 현재 상황을 1998년 위기와 비슷한 전반적인 외환위기에 비유했다.

이에 많은 투자자들이 러시아 중앙은행을 비난하고 있다.

16일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리를 연 17%로 하루새 6.5% 인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극단적인 금리인상은 ‘충격과 공포’ 로 시장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규제 당국이 취하는 ‘최대 조치’로 보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환율방어를 위해 최대 300억 달러 규모의 ‘달러 매도’를 통한 시장 개입 조치가 필요했다고 지적한다. 스베르방크CIB의 수석 외환전략가 톰 레빈슨은 “시장은 중앙은행이 대규모 개입을 단행할 것을 예상해 포지션을 짜고 있었는데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면서 “이젠 16일 중앙은행이 시장에 있었는지도 의심된다” 고 꼬집었다.

러시아는 달러매도가 보류되자 일반시민마저 루블화 예금을 외화로 교환하기 시작, 루블 급락은 가속화하고 있다.

레빈슨은 “최근 루블 하락을 초래 한 것은 일반시민” 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환율의 안정세를 느낄 수도록 조치를 가할 필요가 있다. 금리 인상만으로는 달성 할 수 없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러한 책임론 대두로부터 방어책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 엘비라 나비울리나 총재는 “루블화는 현재의 경제상황, 국제수지 등 모든 매개변수에서 과소 평가되고 있다” 며 “경제 기반에 따라 루블화가 가치를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고 항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에 남겨진 시간은 얼마없다’ 고 지적한다.

러시아의 한 기업 간부는 “루블 방어를 위해 올해 750억 달러를 낭비했고, 변동 환율제 이행으로 환율 하락 속도를 떨어뜨리기 위한 수단 또한 모두 버렸다” 며 “경제를 질식시키는 수준까지 금리를 인상한 중앙은행은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 넣었다” 고 비판했다.

최근의 루블가치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겨, 실질소득을 한층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BCS 블라디미르 티코미로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증가시켜 은행시스템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고 지적한다. 스베르방크 헤르만 그레프 최고경영자(CEO)도 지난주 은행들의 심각한 유동성 문제에 대해 엄격히 경고했다.

서방세력 제재로 인한 루블 폭락과 금리상승에 따라 악화된 신용경색은 투자 또한 방해하고 있다. 이번 주 발표 된 통계에 따르면 11월 러시아의 광공업 생산은 올해 처음으로 감소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리인상’ 이라는 가장 위력있는 카드 중 하나에서 실패함으로써 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러시아 중앙은행 세르게이 슈베초프 부총재는 “중앙은행 이사회가 내린 결정은 ‘나쁜 선택’, ‘매우 나쁜 선택’ 중 전자를 택한 것” 이라고 말한다. 자본통제라는 ‘매우 나쁜 선택’ 을 피하고 있다는 뜻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리자 에르몰렌코 이코노미스트는 “루블화 약세가 앞으로도 계속되면 자본 통제가 가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며 “이에 대해 중앙은행은 외환 시장에 더 개입하려 할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