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군헬기 충돌 참사 이후 새 지침...레이건공항 승객 불편 호소

지난달 말 참사를 계기로 미국 워싱턴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의 관제 규정이 강화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헬리콥터를 탑승할 때마다 공항 이착륙이 금지돼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월) 보도했다.

새 규정은 지난달 29일 레이건 공항 주변 공중에서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와 미 육군 헬기 '블랙호크'가 충돌하면서 타고 있던 67명 전원이 숨진 사고를 계기로 연방항공청(FAA)이 안전 강화를 위해 만든 것이다.

머린원 탑승하는 트럼프

(머린원 탑승하는 트럼프.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달 13일 새 규정 시행 이래 수십개 항공사들의 도착 항공편이 예정 시각에 공항에 착륙하지 못하고 선회비행을 하다가 연착하는 일이 빈번하다.

또 연료가 모자라서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 리치먼드 국제공항 등 인근 공항으로 목적지를 변경해 착륙해야만 하는 회항 사례도 잦다.

이에 따라 이 공항에 이착륙하는 아메리칸항공의 조종사들은 반드시 여분의 연료를 넉넉히 넣고 출발해야 한다는 지시를 사측으로부터 받았다.

지연과 회항이 빈발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대통령의 전용 헬리콥터 '머린원'(해병대 항공기 1호기)가 뜨고 내릴 때뿐만 아니라, 그 전후에 백악관 주변을 선회비행하면서 감시하는 국립공원경찰대 헬리콥터가 비행중일 때도 공항 이착륙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머린원 이착륙 때만 상업용 항공기의 레이건 공항 이용이 금지됐다.

WP는 새 규정 실시 다음날인 14일의 경우 레이건 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이 오후 2시 25분께부터 1시간 가까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출발 예정 항공편들은 출발이 지연됐고, 착륙 예정이던 약 30대의 항공편은 제 때 착륙하지 못하고 버지니아, 메릴랜드, 노스캐롤라이나 등의 상공에서 선회비행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레이건 공항 도착 예정이던 항공편들 중 9편은 결국 다른 공항으로 회항해야만 했고, 예정과 다른 곳에 내리게 된 승객들은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일부 승객들은 렌터카나 연결 항공편을 놓쳤다.

그 날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3시 8분에 머린원에 탑승해 출장길에 올랐으며, 그로부터 몇 분이 더 지나고 나서야 레이건 공항 활주로의 이착륙이 정상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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