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를 모두 소유한 머스크는 자신의 규칙을 따를 수 있지만, 이번 합병은 여전히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올해 최대 규모가 될 만한 거래를 성사시켰지만, 기존의 모든 규칙을 깨버렸다.
머스크가 추진한 소셜미디어 기업 X와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 간의 화려한 합병은 새로운 회사의 가치를 1,10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월가에서도 블록버스터급 거래로 꼽힐 만하지만, 이번 합병은 머스크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이번 평가액 자체가 예상 밖이었다. 그리고 두 기업이 합병에 도달한 방식도 기존과는 달랐다. 통상 이 정도 규모의 거래에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투입되지만, 이번 거래에는 한쪽만을 대리하는 팀이 양측을 모두 담당했다. 즉, 일반적인 공기업이 시도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초대형 합병이 성사된 것이다.
합병 조건에 따르면, X는 330억 달러, xAI는 800억 달러로 평가되었다.
특히, xAI의 새로운 800억 달러 평가는 불과 4개월 전인 마지막 자금 조달 당시 500억 달러에서 급등한 것이다. 이번 가치는 새로운 투자 유치가 아닌 합병 논의 과정에서 결정된 것이다.
"이건 가짜 돈(funny money)입니다," 라고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법학 교수 앤드류 버스타인이 말했다. "마치 '모노폴리' 돈으로 포켓몬 카드를 사는 것과 같습니다."
이번 합병은 전액 주식 거래로 이루어져 현금이 오가지 않는다. X와 xAI의 주식은 새로운 지주회사 지분과 교환되며, 결국 두 기업이 주식 교환 비율을 협상한 셈이다.
양측을 동시에 맡은 자문사들
이번 거래에서 또 하나 독특한 점은, 동일한 자문사가 거래의 양측을 모두 담당했다는 점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로펌 설리번앤드크롬웰(Sullivan & Cromwell)이 합병을 조율했다.
통상적으로, 매수 기업과 매도 기업은 각각 다른 은행과 법률팀을 두고 서로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협상한다. 또한, 시장에서 다른 인수 희망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거친다.
모건스탠리는 원래 머스크가 트위터(현 X)를 440억 달러에 인수할 당시 자문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설리번앤드크롬웰에서는 변호사 마이크 링글러(Mike Ringler)와 피터 존스(Peter Jones)가 X와 xAI 간 협상을 주도했다. 이들은 약 1년 전 스캐든, 압스, 슬레이트, 미거 앤 플롬(Skadden, Arps, Slate, Meagher & Flom)에서 이직한 인물들로, 트위터 인수 당시 머스크의 법률 자문을 맡았던 경력이 있다.
이들 자문사에게 이번 거래는 단순한 수익 창출이 아니라, 머스크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한편, 월가의 다른 은행과 변호사들은 이번 거래를 놓친 것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은 오히려 올해 두 번째로 큰 거래인 구글의 320억 달러 규모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위즈(Wiz) 인수를 더 주목하고 있다.
공기업이라면 불가능한 거래
이번 거래의 규모는 비상장 기업들 사이에서는 드문 사례다. 머스크가 2016년 테슬라를 이용해 태양광 기업 솔라시티(SolarCity)를 인수했을 때도, 두 회사는 모두 상장 기업이었다.
일반적으로 초대형 합병은 상장 기업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상장 기업 주주들은 자신이 최상의 조건을 받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소송을 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다수의 대기업이 법인을 설립하는 델라웨어주에서는 합병 관련 소송이 흔하다.
만약 이번 거래가 상장 기업 간의 합병이었다면, 양측 주주들은 독립적인 이사들과 자문사들이 적절한 평가를 했는지 요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X와 xAI는 이러한 위험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기업은 네바다주에 법인을 등록했으며, 컬럼비아 로스쿨 교수 도로시 런드(Dorothy Lund)에 따르면, 네바다 법원은 주주 보호 측면에서 델라웨어보다 덜 엄격하다. 머스크는 최근 테슬라의 수십억 달러 규모 급여 패키지가 델라웨어 법원에서 기각되자, 자신의 기업들을 델라웨어에서 네바다로 이전하고 있다.
보통 주주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는, 어느 한쪽이 과도한 가격을 지불했거나 반대로 헐값에 팔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X와 xAI는 중복된 투자자들이 많아 이러한 문제도 크지 않다. 또한, 많은 투자자들은 머스크를 장기적으로 신뢰하는 만큼, 설사 합병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낮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소셜미디어와 AI의 결합, 새로운 인수합병 흐름 예고?
불행히도 이번 거래가 인수합병(M&A) 시장 회복의 신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2025년 초반에는 초대형 M&A 거래가 부족했으며, 이번 사례가 일반적인 기업 인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월가의 은행가들은 이번 합병이 향후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 확보를 위해 유사한 거래를 추진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본다.
이번 합병의 핵심 동력 중 하나는 xAI가 X의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X는 수억 명의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게시하는 독점적인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하며, 이는 AI 모델의 훈련과 성능 개선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M&A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AI 기업과 데이터 플랫폼 간 합병의 전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