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중국 관세 인상... EU·일본 등 주요 교역국에도 대규모 관세 부과
미국 증시가 목요일 대폭락하며 2020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정책이 글로벌 보복 조치를 촉발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휩싸였다고 3일(목)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주요 주가지수는 최대 6% 하락했다. 미국 증시는 하루 만에 3조 1천억 달러(약 4,170조 원)의 시가총액을 잃으며,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일일 손실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679포인트(4%)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6% 하락하며, 그동안 시장을 주도했던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등의 주가가 대폭 밀려났다. S&P 500지수도 4.8% 떨어지며, 주요 지수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달러 가치 역시 급락했다. WSJ 달러 지수는 2023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며 1.3% 떨어졌고,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와 외국 자금 유입 감소 가능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달러는 유로화,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 대비 1% 이상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세부 내용이 공개된 후 미국의 동맹국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의 기술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에 맞서 25%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 폭락에도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목요일 오후 관세 정책에 대한 질문에 "매우 잘되고 있다"고 답하며, "시장은 곧 다시 호황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추후 협상을 통해 관세를 낮출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기는 한편, 의약품과 반도체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 가능성도 시사했다.
시장 마감 후 4시(ET)에도 주요 지수는 추가로 0.3% 하락했다. 이날 HP, 나이키, 타겟 등 수십 개의 대형 주식이 두 자릿수 하락폭을 기록했고,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멕시코와 캐나다의 자동차 조립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혼란은 주식시장에만 그치지 않았다. 국제 유가는 6% 이상 하락했으며, 최근 강세를 보이던 금도 매도세에 휩싸였다.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지만, 동시에 관세가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확산되며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자금이 몰렸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지난 2년간의 상승세를 고려하면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보고 있지만, 이번 하락이 금융 시장에 큰 변동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트럼프 관세 세부 내용
-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10% 기본 관세 부과 (4월 5일부터 시행)
- 일본(24%) 및 EU(20%) 등 특정 국가에 추가 관세 적용 (4월 9일부터 시행)
- 중국 제품에는 기존 관세에 34% 추가 부과, 총 54% 관세 적용
- (예: 펜타닐 문제로 이미 부과된 20% 포함)
-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당하는 만큼 상대국에도 똑같이 부과하는 것"이라고 설명
일부 국가들은 즉각적인 보복을 예고한 반면,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국가들도 있다.
한편, 캐나다와 멕시코는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품에는 25% 관세가 적용되며,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은 예외로 인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