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 0%" 공언... 기업들 투자 재조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상 최대 규모의 관세 공세를 펼치며 미국과 해외 기업들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월스트리트(WSJ)이 보도했다.

"글로벌화 시대는 끝났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로즈가든 연설에서 "미국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제품은 미국에서 생산되어야 한다"며, 새로운 대규모 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경제를 견인했던 글로벌 무역 확대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새로운 관세 정책에 따르면 모든 수입품에는 기본적으로 10%의 관세가 부과되며, 일부 국가에는 이보다 높은 '상호 보복 관세'가 적용된다. 중국산 제품에는 총 54%, 베트남산에는 46%, 유럽연합(EU) 제품에는 20%의 관세가 부과된다.

트럼프 관세발표

(트럼프 대통령. Fox 라이브 캡쳐)

트럼프 대통령은 "일자리와 공장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여러분도 이를 직접 목격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을 늘릴 것을 촉구했다. 이어 "관세를 피하고 싶다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미국 제조(Made-in-America)' 정책은 그동안 베트남과 같은 저비용 생산국이나 한국,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으로 향했던 대규모 투자를 차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투자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미국, 이제 글로벌화 중심에서 이탈"

프리 브뤼셀 대학교 경제학 교수이자 전 유럽연합(EU) 관료인 앙드레 사피르 교수는 "미국은 글로벌화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중심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려 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애플, 현대자동차, 존슨앤드존슨,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고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처럼 기업들이 미국으로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존 글로벌 공급망을 해체하고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다른 국가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면, 기업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 결정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경제 분석가 데릭 캄은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라며,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제조업 르네상스 기대... 현실은 불확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미국 내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경제 전반에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는 중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인해 미국의 일자리와 산업을 빼앗아갔다고 주장하며 이를 되찾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미국의 최대 교역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관세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되지 않은 제품에는 여전히 25%의 관세가 부과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 문제나 마약 문제를 이유로 협정을 폐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특히 중국을 지목하며 비판했다. 중국은 수십 년 동안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제조업을 발전시켜왔으며, 지난해 1조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세계 최대 제조업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새롭게 발표된 34%의 추가 관세는 기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펜타닐 문제를 이유로 부과한 20% 관세에 더해지는 조치다. 이에 따라 4월 9일부터 중국산 제품의 기본 관세율은 54%가 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중국에 추가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산 제품의 관세율은 79%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미·무역전쟁, 공급망 재편 가속화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다국적 기업들은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인도에서 일부 아이폰 생산을 시작했으며, 중국 기업들 또한 경쟁이 치열한 자국 시장을 벗어나기 위해 해외 생산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와 베트남은 미국 관세를 피해 중국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옮기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과의 무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인 생산 기지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보호무역주의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글로벌화 시대의 중심에 있던 미국이 이제 그 흐름을 뒤집으려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세계 경제가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