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져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Like Us on Facebook


이날 OPEC의 실세로 통하는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생산량 감축으로 가격을 유지해 온 OPEC 기존 입장을 버리고 시장점유율을 고수하는 새로운 정책을 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알-나이미 장관은 이례적으로 솔직한 모습을 보이며 “가격이 얼마가 됐든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OPEC 회원국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유가가 20달러든 40, 50, 60달러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유가가 다시 100달러까지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국제 에너지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통하는 나이미 장관이 OPEC의 전략을 이렇게 자세히 설명한 것은 처음이다.

국제유가는 유럽과 아시아의 원유 수요 감소와 미국 등에 의한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지난 6월 중순 이후 거의 50%나 떨어졌다.

유가 급락은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같은 주요 수출국 경제를 혼란으로 몰아넣었고, 전 세계 석유회사들로 하여금 투자계획을 새로 짜게 만들었다.

나이미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유가는 더 떨어졌다.

국제유가의 지표인 브렌트유는 1.08달러 추가 하락해 배럴당 60.3달러까지 낮아지는 등 5년 반 만에 최저가를 맴돌고 있다.

나이미 장관은 “걸프만 산유국들은 생산단가가 배럴당 4∼5달러밖에 안 되기 때문에 장기간의 저유가 국면도 견뎌낼 수 있지만, 브라질이나 서아프리카 등 다른 산유국은 고통이 훨씬 더 클 것” 이라고 강조했다.

나이미 장관은 “다른 산유국은 재정적 문제 때문에 조만간 생산량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며 "생산효율이 높은 국가가 시장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