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조현아(40·여)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30일 결국 구속되면서 수사를 맡은 서울서부지검과 재벌가의 '악연'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조 전 부사장에 앞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등이 비자금 조성 등 경제 범죄에 연루돼 서울서부지검을 거쳐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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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검은 지난 2010년 9월 비자금 조성이 의심되는 차명계좌 5개에 대해 대검찰청으로부터 관련 첩보를 이첩받아 한화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김 회장은 그 해 12월 세 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를 받은 끝에 이듬해 1월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기고 1천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관리하며 세금 추징을 피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2012년 8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김 회장뿐 아니라 그의 삼남 동선 씨도 지난 2010년 9월 서울 용산구의 한 고급호텔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만취 상태로 기물을 부수고 직원들을 폭행·강제추행한 혐의(재물손괴 등)로 수사를 받았다.

서부지검은 그해 12월 동선 씨가 피해 배상을 충실히 했고 초범인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리하는 한편, 폭행과 강제추행 혐의는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도 4천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계열사 주식을 부당 취득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서부지검은 지난 2010년 10월 태광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이 회장을 소환 조사한 끝에 그를 구속 기소했다.

특히 이 회장뿐 아니라 모친인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도 비자금 관리를 맡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모자가 함께 법정에 서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러나 한화그룹 인사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되고, 태광그룹 수사에서도 정관계 로비 의혹은 밝혀내지 못하는 통에 '부실하고 무리한 수사'라는 여론의 비판이 일었고, 강력·특수수사 통으로 손꼽히던 남기춘 당시 서울서부지검장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서부지검은 이에 앞서 지난 2007년에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가짜 학위' 논란을 빚은 신정아씨를 비호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면서 신씨가 근무했던 성곡미술관에 후원금을 낸 삼성전자·대우건설·포스코 등 대기업을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1천200여억원을 계열사에 부당지원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가 드러난 김석원 쌍용그룹 전 회장이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탑승한 KE086 항공기에서 사무장을 내리게 하는 초유의 '땅콩 회항'을 일으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서울서부지법은 30일 "사건의 사안이 중하고 사건 초기부터 혐의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춰볼 때 구속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조 전 부사장은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 등 4가지 혐의로 결국 구치소에 수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