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강력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한 데 대해 미국 조야는 일단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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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론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지만, 김 제1위원장이 '대화의 환경과 분위기' 조성을 언급한 대목을 놓고는 `그 진의가 무엇일까' 경계심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특히 소니 픽처스 해킹사건의 여파로 행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비례적 대응' 조치가 본격적으로 검토되고 있어 북한의 이번 신년사 메시지가 워싱턴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김 제1위원장이 대화의 분위기와 환경을 한국 측에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이 전제조건의 의미를 신중하게 파악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부시 연구원은 이어 "단순히 만남을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해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신년사에서 늘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해왔기 때문에 그 자체보다 그 맥락을 조심스럽게 파악해야 한다"며 "특히 김 제1위원장은 핵무기 프로그램에 강하게 집착하는 기존 정책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음을 대외적으로 확인시켰다"고 비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또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 취소를 대화의 전제조건인 것처럼 거론한 대목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마치 한국이 한미 합동군사훈련 취소 등 적절한 대화의 조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식"이라며 "서울과 워싱턴이 평양을 대화테이블에 되돌리기 위해 새로운 양보를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한국의 통일준비위원회가 1월중 대화를 하자는 제안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만큼 북한이 이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아직 섣불리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북 대화파로 분류되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김 제1위원장의 이번 제안이 어떻게 귀결될지를 정확히 평가하기는 이르다"며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계책일 수도 있지만 진정성 있는 요소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38노스'를 운영하는 위트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지지 속에서 김 제1위원장의 이번 제안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고, 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를 좀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인권 논란에 따른 국제적 고립구도에서 탈피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유화공세를 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박근혜 정부가 대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시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하는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근본적으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남북과 북미를 포함하는 전반적 대화국면에 돌파구가 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또 소니 해킹 사건에 대한 파장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대화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신년사에서 북한은 핵과 경제의 동시 발전이라는 병진노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비핵화 이슈에서 의미있는 태도변화가 나오지 않는 한 근본적인 정세변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 주초 휴가에서 복귀하는 대로 국무부 등으로부터 소니 해킹과 관련한 후속대응을 보고받을 것으로 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후속대응 조치가 가해지면 북한이 이에 또다시 대응할 것으로 보여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공개적 취소 요구에도, 한·미 양국이 올 2∼3월 합동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경색국면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