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규 기자] = 일본 롯데홀딩스의 신동주 부회장이 최근 계열사 3곳의 임원에서 해임되었다. 이에 업계에선 롯데의 후계구도와 관련된 기업 미묘한 흐름이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신동주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해임에 당황한 것은 롯데그룹 측도 마찬가지다. 롯데 측은 "사전에 관련 정보가 전파된 적도 없으며, 일본롯데와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사교류도 없는 등 별개로 경영이 이뤄지는 상황이어서 어떤 배경으로 이런 인사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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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재계에서는 다양한 추측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신격호 총괄회장에 이은 후계구도다. 신격호 회장은 올해 92세로 노령의 나이이다. 그는 "한국의 롯데그룹은 차남 신동빈 회장에게, 일본의 롯데는 장남인 신동주 부회장에게 물려줄 것."이라 발언했었다.

하지만 일본 롯데가 식품에만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롯데가 10배 가까이 기업규모가 큰 상황이다. 일본 롯데가 신 부장에게 계열사 사장 해임이라는 이례적인 조치를 한 것은 이런 구도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강하게 부상하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도 이러한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은 호텔롯데가 롯데쇼핑 주식의 8.8%, 롯데칠성의 5.9%, 롯데제과의 3.2%를 보유하는 등 지주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일본 롯데홀딩스는 그 호텔 롯데의 지분 19.1%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점에는 광윤 사(光潤社)라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롯데홀딩스의 지분 27.65%를 보유하고 있다. 즉 신격호 회장의 두 아들 중 광윤사를 물려받는 사람이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을 장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주요 계열사에 대한 두 형제의 주주경쟁도 박빙이다. 롯데제과는 신동빈 회장이 5.34, 신동주 부회장이 3.92%의 주식을 보유해 차이가 좁혀졌고, 롯데쇼핑은 신 회장 13.46%, 신 부회장 13.45%로 0.01%밖에 차이가 안 난다. 두 형제의 영향력이 비슷하니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나 신동주 부회장 등이 모두 이번 조치와 연관이 돼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극도로 신중한 입장일 것"이라며 "일본과 한국 롯데의 움직임을 더 지켜봐야 앞으로 구도도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