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작년 말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급락에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문제는 낮은 물가상승률이 내수 부진과 맞물려 발생하고 있어 저물가 기조가 디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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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외 금융사들은 물가 전망치를 속속 하향조정했다.

삼성증권 이승훈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0.9%로 수정했고,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도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기존 2.9%에서 0.9%로 대폭 낮췄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적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의 0.8%가 유일하다.

0%대 물가상승률 전망이 소수 견해이기는 하지만 최근 수정 발표된 다른 금융기관의 물가 전망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대 중반으로 내다보고 있다.

BNP파리바가 상승률을 1.5%로 추정했고, 씨티는 1.6%, HSBC는 1.7%로 전망했다. 모두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범위2.5∼3.5%의 하단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정책당국도 물가상승률 하향 조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물가하락이 내수부진과 맞물려 한국경제가 일본 사례와 같은 디플레이션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8%를 기록해 월간 기준으로 1999년 9월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1%대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책당국은 유가 하락의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하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디플레이션은 주로 수요 부족으로 발생하는데, 이번 국제유가 하락은  공급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수요 측면에 따른 디플레이션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