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금융당국이 하나·외환은행 통합 협상에 진전이 없자, 승인의 전제로 내세웠던 ‘노사 합의’ 요건 재검토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자 ‘정부의 보신주의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Like Us on Facebook


8일 금융위는 “아직 방침이 확정된 것은 없지만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간 통합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사측이 통합 신청을 하면 받아들일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정부입장이 바뀌었다기 보다 작년말 노사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해 상황이 달라졌고 통합에 따른 잡음을 언제까지 정부가 기다려야 하느냐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아 어떡해야 할지 고민을 시작한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합병과 상관없는 사안을 노조가 계속 제기해 언제까지 합의를 종용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든다”며 “사측이 합병신청을 하면 상황을 봐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 이라고 말했다.

협상지연의 이유가 어깃장을 놓는 노조의 태도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협상은 노조측이 외환은행의 무기계약직 2000여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과 그에 따른 임금 인상을 요구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태도를 놓고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금융위 스스로가 통합승인의 전제조건을 노사합의로 못박아 노조의 이기주의가 극대화하는 역효과를 내 협상진전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금융당국의 보신주의와 노조의 조직이기주의가 핵심은행중 하나를 망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사합의란 지켜져야 하지만 합병은 예정됐던 것이 아니냐” 며 “은행 수익성이 떨어지고 향후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금융 경영진의 전략은 전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 측은 노조와 끝까지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협의가 안 될 경우 합의 없이 통합 승인신청서를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중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