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해 "내가 뭘 잘못했느냐. 사무장 잘못"이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면서 사건 은폐·조작을 사실상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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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국민 앞에서 고개 숙였지만 그의 '속마음'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조 전 부사장이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리자 위기를 모면하려고 마지못해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이날 구속기소된 조 전 부사장은 박창진 사무장 등이 국토교통부에서 조사받은 지난달 8일 이번 사건을 주도적으로 은폐한 객실 담당 여모 상무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고 화를 내면서 "내가 뭘 잘못했느냐.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내리게 한 게 뭐가 문제냐. 오히려 사무장이 (나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박 사무장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검찰은 이같이 조 전 부사장이 '지시성 질책'을 했으며 사건 조작·은폐 과정은 물론 국토부 조사 계획과 진행 상황까지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고 판단했다.

여 상무가 질책을 당한 이튿날인 지난달 9일 사표를 내자 조 전 부사장은 '사태 잘 수습하세요'라며 되돌려보냈다. 여 상무는 조 전 부사장에게 '법 저촉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보고했다.

조 전 부사장은 국토부 조사가 진행된 지난달 8∼12일 대한항공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조작 시도에 큰 역할을 해 국토부 조사를 방해한 '공동정범'이라는 것이 검찰의 최종 결론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12일 본인이 국토부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기자들 앞에서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했으며 비행기에서 내쫓긴 박 사무장에게 사과하겠느냐는 질문에 "진심으로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과 15일에는 이틀 연속으로 박 사무장의 집을 찾아가 빈집에 사과 쪽지를 남겼다.

지난달 17일에는 검찰에 출석해 "죄송합니다"라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화를 내면서 사건 은폐를 주도한 사실이 검찰 조사로 드러나자 그가 흘린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의 동생 조현민 전무는 언니가 검찰에 조사받던 때에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언니에게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복수의 대상은 분명하지 않지만 이번 사건을 폭로한 박 사무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임직원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조 전무는 같은 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조직문화나 지금까지 회사의 잘못된 부분은 한 사람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면서 "모든 임직원의 잘못"이라고 말해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 오너 일가가 이번 일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5일 비공개로 열린 시무식에서 임직원에게 사과하다 감정이 격해져 말을 잇지 못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지만 위의 사례들에 비춰볼 때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이라고만 표현하면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