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중기 수출금융에 빨간불이 켜졌다. 모뉴엘 파산 여파가 중소기업의 수출금융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무역보험공사와 시중은행이 ‘네탓 공방’ 만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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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혁신기업으로 주목받던 가전업체 모뉴엘이 지난해 10월 갑작스레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는 무역보험공사(무보)의 수출금융이 11월부터 급속도로 위축됐다.

실제 무보의 중소기업 수출채권 신규보증 실적은 2013년 12월 209건 (3억9972만달러)으로 4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2월에는 132건(1억6213만달러)으로 금액 기준으로 전년의 ‘반토막’에도 훨씬 못 미쳤다.

지난해 말 모뉴엘의 파산에 이어 이달 무보가 모뉴엘 관련 보험금을 시중은행에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무보의 수출채권 보증은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는 수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무보의 물품을 보냈다는 증명만으로 은행에서 어음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만든 제도다.  

한 시중은행 여신관리부장은 “무보의 보험금 지급 거부는 수출금융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 라고 비난하며 "무보의 보증이 효력이 없어진 마당에 우리로서는 관련 여신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혀 수출금융의 추가적인 위축을 예고했다.

지난해부터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 악화, 세계 경제 위축에 국내 수출기업들의 경영난이 극심해진 마당에 수출금융마저 위축되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문제는 무보와 은행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무보 관계자는 "은행들이 심사를 철저히 하면서 수출 중소기업들이 대출을 받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길어진 측면이 있다"면서 "예전에는 은행들이 서류가 미비해도 대출해 주던 잘못된 관행이 있었는데 이것이 정상화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 측은 “무보에서 수출업체를 평가하는 데 철저하게 심사하다 보니 신규 보증이 위축된 것 같다" 며 "더구나 무보가 모뉴엘 관련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을 보고, 수출업체들이 신용으로 대출을 받으려 하는 경향도 있다"고 밝혔다.

양측의 이 같은 책임 떠넘기기에 애꿎은 수출 중소기업들만 자금난에 시달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다.

한 수출 중소기업 관계자는 "엔저에다 외국 바이어들의 주문 감소까지 겹쳐 우리는 지금 죽을 맛"이라며 "금융권이 수출금융을 확대해 중소기업 살리기에 나서도 모자란 마당에 수출금융이 위축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국의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