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가 모뉴엘의 사기대출 사건에 대한 보험금을 은행에 지급할 수 없다고 예비판정하면서 수출 중소기업들은 사태의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모뉴엘 사태 여파로 일선 은행 창구에서 무보의 보증서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나섰지만, 은행들은 수출자금 대출심사를 이전보다 엄격히 하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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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융권과 무역업계에 따르면 모뉴엘 사태 이후 무보와 무역협회는 각각 지난달 8일부터 무역금융 애로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시중은행의 무보 보증서 거절 등 무역금융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접수했다.

애초 제기됐던 우려와는 달리 시중은행이 무보의 보증서를 거부한 사례는 신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무보가 모뉴엘 사기대출 관련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이 무보의 수출신용보증서를 신뢰할 수 없다며 보이콧하거나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앞서 금융감독원도 이를 우려해 일선 은행 영업창구에서 무보 보증서를 거부하거나 추가 담보를 요구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출 중소기업들은 시중은행의 대출창구의 '온도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대출창구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 6일 무보가 6개 시중은행에 3천400만달러(3천265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예비판정을 통보하면서 '지급거부' 의사를 명확히 하자 은행권의 분위기 변화는 더욱 두드러지는 듯한 모습이다.  

무보 관계자는 "수출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들어보면 은행이 수출신용보증 대출을 심사할 때 서류를 꼼꼼히 점검하거나 전에 요구하지 않던 증빙자료를 요구하는 등 심사 자세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수출금융애로센터의 안금배 실장도 "이전부터 수출채권 매입 거래를 해오던 기업조차 모뉴엘 사태 이후 은행 직원들이 이전에는 안 보던 자료를 자세히 보고 서류도 철저히 점검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 본부 여신담당자는 "정상 수출업체가 피해를 입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은행 창구에서는 무보 보증서를 정상적으로 받고 있다"면서도 "무보가 보험금 지급거절을 통보한 만큼 창구 직원들로서는 수출채권 매입 업무 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거래를 서류상으로만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모뉴엘과 같은 사기대출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까 부담을 느껴 서류 심사를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모뉴엘 사기대출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관련 금융기관에 긴급검사를 실시한 것과 별도로 모뉴엘로 피해를 본 6개 은행들은 수출신용보증 상품 등과 관련해 자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상황이다.

모뉴엘 관련 1천여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한 수출입은행의 경우 이덕훈 행장이 국회 국정감사 답변에서 "모뉴엘을 계기로 중소·중견 기업 육성책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며 "정책적 육성 지원이라고 하더라도 기업에 기존보다 센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보와 은행권의 심사 강화 경향은 신규 보증 건수의 축소에서도 드러난다.

무보가 발행한 수출채권 신규보증 건수는 작년 1∼9월 월평균 165건이었으나, 모뉴엘 사태가 발생한 다음달인 11월에는 91건으로 대폭 줄었다. 12월 132건으로 늘었지만 평균 수준에는 못 미쳤다.

중소기업계는 모뉴엘 사태가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 전반으로 파급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최복희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모뉴엘 사태 이후 수출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계 전반으로 대출 여건아 악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관련 동향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