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현대차 그룹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추진이 불발되자 그 여파가 주요그룹들의 지배구조 우위에 있는 황태자주 종목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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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분을 31.88% 보유하는 등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의 '황태자주'로 불리며 고공행진을 이어왔지만, 이번 매각 시도 소식에 전날 장 개시와 함께 하한가로 고꾸라졌다.

또 전날 지배구조 관련주인 삼성SDS(-8.65%), SK C&C(-7.04%), 제일모직(-6.44%)등이 동반 급락했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시나리오를 세워 그에 기반을 둔 투자에 나섰으나 '시나리오 투자' 위험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두 회사 주가 사이의 상관계수는 -0.64로 조사됐다.

상관계수는 -1∼1로 분포된다. 1에 가까울수록 두 회사의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1에 가까울수록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두 회사의 최근 3년간 상관계수는 -0.24에 불과해 최근 들어 이 같은 '시나리오 투자'가 극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1월 2일~12월 30일) 주가 흐름을 보면 현대글로비스는 22만4500원에서 29만1500원으로 상승한 데 반해, 현대모비스는 27만9000원에서 23만6000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이 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상과 달리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비교적 높은 할인율까지 적용하면서까지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시도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시장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전날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 쳤고 지배구조 개편 이슈로 할인돼오던 현대모비스는 반대로 11.55% 껑충 뛰어올랐다.

이 같은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설'만 믿고 투자에 나섰던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보다 더 빠르게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인 삼성그룹주에 대한 시나리오는 더 무성하다.  

오너가의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이 다른 계열사와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를 거느린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란 게 대표적인 시장의 '설' 중 하나다.

이 같은 시나리오 속에서 제일모직은 기업 펀더멘탈(기초여건)과 상관없이 치솟다가 최근엔 조정을 받으며 연일 큰 폭으로 내리고 있다.  

삼성SDS 상장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속세 '실탄' 역할 등을 할 것이란 분석 속에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숱한 시장의 시나리오에 투자자들이 위험한 베팅을 걸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시나리오일 뿐"이라며 "소액 개미 투자자들이 오너가의 움직임을 추측해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