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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 시설이 보육 대부분 담당하는 구조가 문제”
육아정책연구소의 '사회통합 관점의 보육∙교욱 서비스 이용 형평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2013년 전국 어린이집 총 정원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불과했다. 게다가 학부모들의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에 국공립 보육원에 아이를 맡기려는 부모의 20.9%는 7개월이나 대기한 끝에 입소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가 많은 이유는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보육원에서의 아동 폭행 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보도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끊이지 않는 아동폭력의 사례를 예로 들며 민간 보육원을 '아동폭력의 사각지대'로 표현했다.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도 보육교사가 아동에게 행하는 폭력이 빈번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국공립 어린이집의 공급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민간 보육시설에 자녀를 맡기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3년 통계로는 2008년 이후 2013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 수는 1천826개에서 2천332개로 506개 증가했지만, 가정어린이집을 포함한 민간어린이집의 수는 2만 8천831개에서 3만 8천383개로 9천552개 늘었다. 증가한 민간 어린이집의 수는 국공립 어린이집 수의 19.8배나 된다.
윤홍식 인하대(행정학) 교수는 "지난 수년간 정부의 정책은 보육의 공공성보단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작년 6월 대법원 판결로 민간 시설에 대한 공적 관리 감독도 제한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10시간 일하지만, 월급은 144만 원… 휴가 가기도 힘들어
한편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서도 개선의 목소리가 크다. 오전 7시부터 평균 10시간을 일하고 토요일까지 근무하면서 임금은 높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육아정책연구소가 공개한 '표준보육료 산출연구'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 307곳의 보육교사 1일 평균 근무시간은 9.9시간이었으며, 월평균 급여는 144만 677원에 불과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의 월급은 158만 8천342원으로 비교적 높았으나 역시 낮은 임금인 건 마찬가지다. 이번 학대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의 교사의 임금은 122만 9천530원에 불과해 교사 간 처우의 불평등도 뚜렷했다.
또한, 어린이집과 보육원의 91.5%가 간호사∙간호조무사를 따로 두지 않았으며, 89.3%와 22.5%는 각각 영양사와 취사 원을 별도 고용하지 않았다. 그만큼 보육교사의 업무부담이 큰 것이다. 또한, 유치원 교사의 42.8%, 어린이집 교사의 44.6%가 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고, 초과근무 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을 모두 받은 비율도 낮았다.
보육교사들의 휴가사용 실태 역시 열악했다. 교사의 휴가 사용 시 어린이집이 추가로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고 아이들도 낯을 가리는 성향이 있어 대체인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등 휴가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어렵다.
서울시에서는 대체교사 사용을 늘리고자 대체교사 수를 늘리고, 지원 범위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자체별 규모가 달라 전국적인 해결방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 '안전하고 평화로운 어린이집'이라더니…불신만 키우는 인증제
해당 어린이집은 정부로부터 우수한 점수로 평가 인증받은 곳이었고, 가해자인 보육교사도 1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보육서비스의 질을 판단하는 인증 시스템마저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팽배하다.
복지부의 어린이집 정보공시 포털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어린이집은 작년 6월 100점 만점 중 95.36점의 높은 점수로 복지부의 인증을 받았다. 복 지부는 상시 자체 점검, 지자체의 확인, 어린이집 근무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가의 현장 관찰, 학계 전문가·공무원·현장전문가 등 3인 1조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인증 여부를 결정한다.
복지부는 "어린이집 수준을 점검하고 개선한 후 국가가 객관적인 평정을 해 인증을 부여한다"고 평가인증 제도를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서류 중심으로 평가가 진행되기 때문에 인증평가를 통해 문제소지가 있는 어린이집을 걸러내기 힘들다.
◇ 신청만 하면 대부분 합격…시간만 지나면 무조건 '1급 교사'
보육교사들의 인성과 자질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보육교사 자격증은 학점은행제를 통해 관련 과목 17개만 이수한 취득할 수 있다.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일정 기준 학점을 취득해야 얻을 수 있는 유치원 정교사와는 자격요건의 차이가 큰 편이다.
또한, 보육교사 자격증 승급 역시 2급 취득 후 3년 이상 일하면 별다른 시험이나 검증절차 없이 할 수 있다. 사실상 교사의 능력과 인성을 정부가 평가할 수 있는 절차는 없다. 원장이 자체적으로 6개월 1회, 연간 8시간 이상 실시하게 되어있는 아동학대 예방 교육 역시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 "아이 맡긴 부모가 죄인"…아동학대 확인·신고 어려워
보육시설에서 학대가 발생하더라도 부모가 이 사실을 알게 될 확률은 낮다. 인천 어린이집 사건도 피해 아동이 직접 부모에게 폭행 사실을 알린 것이 아니라 다른 아동의 부모로부터 상황을 전해 듣고서야 알게 되었다. 이 경우는 다행히 CCTV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전국 어린이집 중 CCTV가 있는 경우는 겨우 21%뿐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3년 아동학대 사례분석 연구' 보고서를 보면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학대 사례의 63.7%는 부모가 신고한 경우였으며 어린이집 종사자들이 신고한 경우는 4.4%뿐이었다. 종사자들의 신고율이 저조한 것은 신고할 경우 다른 보육시설에 취직하기 힘든 점 때문이다. 어린이집 원장들 사이에 내부고발을 한 보육교사의 명단을 감시 대상 명단으로 만들어 공유하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번처럼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면 고발을 하더라도 해당 보육교사나 어린이집이 직접적인 제재를 받기도 어렵다. 아동들이 의사표현에 능숙하지 못해 학대 사실 입증이 어렵고 학대 행위자가 기소가 되더라도 법원이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 후에야 해당 어린이집에 대해 폐쇄조치가 내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