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연말정산을 둘러싼 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공제 항목에 대해 다시 검토해서 소급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법적 안정성을 들어 이에 반대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개정된 소득공제에 대한 불만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공제율의 변화에서 나온다. 샐러리맨은 박모(46) 씨는 기존의 교육비, 의료비 공제율이 24%였던 것이 세재 개편 후엔 15%로 낮아졌다며 "단순한 셈법으로도 환급액이 줄었을 것이 뻔히 보인다. 그것이 단돈 몇만 원일지라도 원급쟁이에겐 적은 금액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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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평범한 직장인들이 가장 비중 있게 느끼는 항목에 대한 공제액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다. 자녀와 노후와 관련된 공제뿐 아니라 교육비와 의료비에 대한 공제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욱비와 의료비에 대한 중산∙서민층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한국사회가 직면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도 깔려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납세자가 부당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반드시 시정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며  "세 부담이 늘지 않는다고 했던 총급여 5천만 원 이하 일부 급여자 중에서도 부양가족 공제, 자녀 의료비·교육비 공제를 받지 못해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출산과 교육 등에서 세제 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국가 차원의 초저출산 해소 노력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역시 "3월에 연말정산 액수를 본 뒤 (교육비·의료비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내년부터 시행은 틀림 없는 것이며, 이미 부과된 부분은 오늘 협의 거쳐 시정될 수 있도록 강력히 요구하겠다"며 올해분의 소급적용까지 거론했다.

나 수석부의장도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소급적용해 준 전례가 거의 없다"면서도 "납세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소급은 안 되지만, 이익을 주는 소급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소급적용에 대한 원론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의 고위관계자는 "아직 소급적용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만약 한다면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가는 범위에서 할 수 있을 것이고, 논의가 이뤄진다면 세제실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급적용에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여당의 방안을 정면 반박하기엔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급적용이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기용 한국세무학회장은 "법리적으로 납세자에게 유리하면 소급적용이 가능하지만, 납세자에게 나쁜 신호를 주고 법적 안정성을 깨뜨릴 수 있다"며 "소급적용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들 역시 "법적 안정성이 저해돼 법 경시풍조가 생길 수 있다"며 지적했다.

정부는 교육비∙의료비의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방안을 현재로서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여론의 압박에 의해 공제율을 높이는 것이 세수펑크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민 복지를 향상시키려면 앞으로 재정으로 해야 되는 일이 많다"며 "국민의 부담을 줄이려면 장기적으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재정의 역할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옥동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올해 연말정산 결과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세액공제와 비과세·감면 축소는 이성적으로는 올바른 방향"이라면서 "현행 세액공제 제도를 유지하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미세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