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세금폭탄 소동이 증가한 세금의 상당 부분을 소급해 환급하는 것으로 해결된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21일 당정협의에서 "연말정산 문제로 많은 국민에 불편을 드리고 또 부담을 드린 점에 송구스럽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이어 `13월의 세금폭탄'이라고 불리며 봉급생활자들의 분노를 촉발했던 세법개정과 관련해 다자녀 가정의 공제 축소, 출산 공제 폐지, 독신자의 세 부담 증가 문제 등을 중심으로 개선안을 마련하고 이를 근거로 더 낸 세금을 환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연말정산을 일단 실시해 본 뒤 문제점을 파악해 보완책을 마련, 내년부터 적용하겠다는 태도를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월급쟁이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빗발치자 태도를 180도 바꿔 세법개정 후 소급적용이라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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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번 조치는 급한 불을 끄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나 세수결손이 심각한 상황에서 들끓는 여론과 야당의 공세에 밀려 급하게 관련 규정을 고치고, 소급적용까지 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 납세자에게 저항하면 세제를 바꿀 수 있다는 나쁜 신호를 주는 것은 물론 문제가 제기된다고 곧바로 법을 고쳐서 소급적 용하는 사례를 남김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깨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국정운영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다. 이번 사태는 또한 국정운영의 주체인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낳았다. 청와대는 연말정산 소동이 벌어지자 2013년 세법개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국민과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태도를 보였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13월의 세금폭탄'이란 표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듯한 인식을 내보였다. 그는 세법개정에 따른 일종의 '착시현상'으로 논란이 빚어졌다는 식으로 설명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의) 이해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심각한 민심이반'을 불러올 수 있는 '중대사안'으로 규정하고 전면적인 보완책을 마련해 소급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 등 인식에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국정운영의 동반자라고 할 수 청와대와 여당이 국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대 현안에 대해 엇박자를 내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청와대의 판단에 문제가 있거나, 새누리당이 성난 표심을 의식해 인기영합적 결정을 했다면 그 모두가 국정운영의 중추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정부와 여당은 2013년 세법개정 때 폐지했던 출산 공제를 부활하고 다자녀 관련 소득 공제와 연금 공제를 확대하는 등 저출산ㆍ고령화 대응을 강화하고 이를 소급 적용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런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개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고, 세금을 많이 낸 국민에게 차액을 환급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조치일 뿐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번 논란을 기점으로 세제개편 논의를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 부자 증세, 임대소득 과세 등 소득 재분배를 위한 세제개편안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토론을 거듭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남김없이 공개해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세수는 줄어드는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려고 편법을 썼다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 증세 없는 복지 증대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무상 복지의 달콤한 유혹이 난무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경제 규모를 더 키울 것인지 그리고 누가 얼마나 세금을 더 낼 것인지에 대해 끝장 토론을 벌여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복지국가 진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