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일각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QE)를 반기면서도 "너무 늦었다"거나 "시간을 번 것뿐"이란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스티븐 슈워츠먼 최고경영자(CEO)는 22일 다보스 포럼 와중에 가진 블룸버그 TV 대담에서 ECB 조치가 "훨씬 더 먼저 실행했어야 했다"면서 "그랬더라면 미국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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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워츠먼은 그러면서도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움직이는 것이 올바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이 QE를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근본적인 개혁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1차 QE를 실행했을 때보다 유로 금리가 훨씬 낮아서, 기대하는 효과를 내기는 당시의 미국보다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 CEO를 지내고 나서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 자문역으로 옮긴 모하메드 엘-에리안은 파이낸셜타임스(FT) 23일 자 기명 기고에서 "ECB 조치가 유럽 정치인에게 오직 시간만 벌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에리안은 ECB가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시한이 정해진 QE를 채택했다면서 이는 유럽 정계가 개혁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또 다른 압박이라고 지적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그간 "통화 정책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며 구조 개혁 병행을 거듭 촉구해왔다.

엘-에리안은 ECB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전례 없는 조치를 한 것이라면서, 역내 정치인이 경제 정책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도록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이런 기대가 무산되면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